정부가 9일 속개된 한·미 통상장관회담에서 미국측이 요구한 환경기준 및 자동차 안전 완화 요구를 일부 수용할 뜻을 밝히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날 중 한국 정부에 부담이 큰 쇠고기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고, 미국의 자동차 시장 분야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속개했다. 이 자리에서 한·미 양측은 전날 교환된 최종협상안에 대한 답변을 전달하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정부는 미국측이 요구해온 자동차 안전 및 연비, 환경기준 완화 등 자동차 추가 개방과 관련한 2, 3개 가지 사안은 수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다만 미국산 안전·연비·온실가스 배출 기준 및 예외적용 기한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양국간 이견이 있어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전날 통상장관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 시장에서 미국차 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안전·환경기준이 시장진입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정책의 수행이라는 측면과, 과도한 시장진입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는 측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합의를 위한 하나의 과제"라며 일부 수용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쇠고기는 FTA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한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실무급 협의와 통상장관 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검역에 대해 일부 완화시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8일 심야에 김 본부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장관 등이 참석한 한·미 FTA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미국의 자동차 관련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이 현재 30개월로 제한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확대를 요구하지 않는 선에서 합의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미국측이 합의 내용의 구속력을 위해 FTA협정문에 반영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은 협정문 수정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어 막판 진통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