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차 타고 교문 나섰는데
가방에 넣어둔 이어폰이 잘 안 풀린다고
두 손을 가방에 집어넣은 게 화근이었음.
이어폰에 정신 팔린 사이에 갑자기 앞에서 번쩍 하길래
어이 시발 좆됐다 하고 핸들 옆으로 팍 틀었는데
이미 늦었고 쿵 하면서 왼쪽 정강이에 강렬한 충격이 왔음.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이 차 본넷에 들이박고 공중에 튀어오르면서 720도 회전을 하는데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측방 낙법을 반사적으로 시전하며 땅바닥에 떨어졌음.

중앙선 언저리에서 들이박고 길바닥에 떨어졌는데
내 뒤에서 오던 뒷차 앞범퍼가 내 머리 바로 옆에 있더라능.
사고차 운전자가 내려서 오다가 내가 벌떡 일어나니까 깜짝 놀람.
하교길에 학생들 다 보고 있는데 서있기도 쪽팔리고
내가 중앙선 넘어가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라 왠지 뭔가 법적으로 걸릴 것 같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하도 아프고 정신이 없어서
걍 괜찮다고 하고 자전거 세워서 집으로 가려는데

어라? 핸들이 왜케 가볍지?
핸들 축이 부러져서 손에는 핸들만 달랑달랑ㅋ
결국 길가에 자전차 버려놓고 집에 와서 보니까
다른 데는 살짝 긁힌 것 뿐인데
촛대가 허벅지보다 더 굵어져 있었음ㅋ
아마 범퍼에 박아서 그런 듯...

자전거 타고 가다 사고났다 하면
집에서 못 타고 다니게 할까봐
잔차는 도둑맞았고
난 집에 오다가 자빠져서 그랬다고 하고 그냥 넘어갔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