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도 있고, 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그리고 끝까지 파고드는 추진력에, 지독한 일벌레다"
3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두계단 고속승진하며 사장에 오른 <U>이부진</U>(40) <U>호텔신라</U> 대표이사 사장을 두고 한 측근이 한 말이다.

이부진 사장을 오랜기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이 관계자는 "일중독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일 밖에 모른다. 그리고 남다른 발상과 분석력, 승부사적 기질을 갖춰 놀랄 때가 많다"고 평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딸로, 3일 호텔신라 전무에서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이부진 사장은 이번 삼성인사의 핵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삼성가(家) <U>로얄패밀리</U>의 딸 중 최초로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더욱 화제딘 것. "대표이사 사장은 아직 좀 이르지 않느냐"는 세간의 평이 있었으나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신임과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간 범(凡) 삼성가에는 딸들이 여럿 있었다. 이들은 나름대로 기업 경영과 관련해 일정부분 역할을 했으나 직접적으로 기업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기업을 경영한 예는 아직 없었다. <U>이병철</U> 선대 회장의 맏딸인 이인희 한솔 고문(82)이 <U>신라호텔</U> 고문 등을 역임한 적이 있으나 사장직을 맡진 않았다.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신세계 이명희회장 또한 신세계 부회장 등을 거치긴 했으나 대표이사 사장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왔다.

이에 반해 이부진 사장은 그간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고, 이번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수적인 성향 탓에 여간해선 딸들을 후계자로 삼지 않으려 했던 국내 재계판도에, 이부진 전무의 사장 승진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 딸들도 능력이 뛰어나면 얼마든지 후계자로 낙점을 받아 기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부진 사장은 이번 삼성 인사에서 <U>에버랜드</U> 전략담당 사장으로도 승진했고, 삼성물산 고문직도 겸하게 됐다.

이처럼 \'삼성가\' 딸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이 사장은 호텔신라 전무 시절부터 특유의 감각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신임을 얻어왔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 등과 접전을 벌였던 인천국제공항 내 \'<U>루이비통</U> 면세점 유치\'전 승리가 꼽힌다. 이는 이부진 사장의 \'욱일승천\'에 기폭제가 됐다. 럭셔리 패션브랜드 중 세계 1위 매출과 파급력을 자랑하는 루이비통의 \'세계 최초 공항면세점 매장\'을 <U>신라면세점</U>이 유치하게 됨으로써 이부진 사장은 \'롯데가\'를 보란듯 제압한 것.

이 사장은 또 올 3월 신라호텔 지하 아케이드 내에 있던 명품 패션브랜드 \'<U>에르메스</U>\' 부틱을 지상 1층으로 끌어올려 단독부틱화하는 작업도 단행했다. 에르메스는 전세계 수많은 명품브랜드 중에서도 \'명품 위의 명품\'으로 꼽히는 최상위 브랜드. 영빈관 등 고졸한 한옥건물과 호텔건물로 이뤄진 신라호텔은 오픈 이래 상업매장을 노출된 1층 전면에 배치한 사례가 없어 "매장을 호텔 초입에 둔다는 건 좀 모험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이를 과감히 단행, 현재 에르메스 신라호텔 부틱은 우아함을 한껏 뽐내며 호텔을 찾는 일본인 등 해외인사들과 국내 상류층 고객들에게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매출도 지하에 있었던 때 보다 두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01년 호텔신라에 입사한 이부진 사장은 신라호텔 서울및 제주, 신라면세점의 혁신과 성장을 주도했다. 고객구조 개선 등을 통해 수익을 제고했고, 면세사업 또한 고급화 및 MD개선,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며 대대적으로 강화해 세계 7위의 면세사업자로 도약했다.

그 결과 호텔신라는 역대 최고의 매출과 이익을 시현하며 양적 질적으로 성장 중이다. 지난 2002년 4157억원이었던 매출은 올들어 1조4500억(예상)으로 3.5배 신장했다. 또 2002년 대비 세전 이익이 올들어 7배이상 증가(02년 99억 →\'10년 730억원 예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신라와 에버랜드의 성장및 실적 개선으로 이부진 사장은 삼성가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전면에 나서긴 시기상조라는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미래 젊은 삼성\'을 대표하는 얼굴로, 이재용 사장과 함께 \'확실한 후계자\'로 공인받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아이디어 뱅크로서 호텔 경영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쳐왔다. 이제 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더욱 공격적인 회사 운영으로 차세대 전문경영인으로서 업계 판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같다"고 예상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지난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하며 사회에 발을 디뎠고,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 2004년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승진했다. 작년 1월 전무로 승진했고, 이번에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으로 전격승진했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사진=헤럴드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