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신규임원 318명을 포함해 490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바빠졌다.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차량 판촉전쟁 탓이다.

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신규 임원인 상무 승진 318명, 전무 승진 142명, 부사장 승진 30명 등 모두 490명을 승진시켰다.

삼성 내에서 ‘직장인의 별’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것이 적지 않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회사에서 차량을 지급받는다는 것이다. 

삼성은 첫 임원인 상무가 되면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오피러스와 K7, 르노삼성 SM7, 쌍용차 체어맨 가운데 하나를 고를 기회를 준다. 

올해는 GM대우가 출시한 알페온도 후보차량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알페온은 GM대우의 기존 라인업에 없던 세그먼트인 준대형급 세단으로, 올 8월말 출시됐다.

지난해 삼성 신규 임원 차량 전쟁에서는 기아차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작년 12월 상무로 승진한 신규 임원 260명 가운데 무려 220명이 기아차 오피러스와 K7을 고른 것. 줄잡아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기아차를 택한 셈이다.

반면 그동안 준대형급 지존으로 군림해온 그랜저는 5명의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이에 현대차는 올 연말 각 그룹 임원 인사가 단행되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당초 12월 출시 예정이었던 신형 그랜저로 상당수 임원들이 몰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하지만 현대차그룹 내부 사정으로 인해 신형 그랜저 출시 시점은 내년 1월 이후로 밀렸고, 2월이 되어서야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일부터 사전예약을 받은 결과 이틀 만에 1만대 이상이 계약될 만큼 신형 그랜저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지금 계약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차량을 받으려면 내년 4,5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길게는 반년을 기다려야 신형 그랜저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것.

따라서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신규 임원 입장에서는 국내 준대형 1위를 달리고 있는 K7과 GM대우의 신차 알페온, 그랜저에 비해 한 차급 높은 오피러스와 체어맨 등을 두고 굳이 그랜저를 택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신형 그랜저는 출시 시기가 미뤄진 탓에 고급승용차 판매에 있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 승진 시점을 놓치게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한편, 그룹별 임원에게 지급되는 차량을 보면 삼성은 전무 이상이 되면 3000㏄급 에쿠스를 고를 수 있고 사장급 이상은 희망할 경우 수입차도 이용할 수 있다.

LG는 상무급 이상은 그랜저, 부사장 이상은 에쿠스를 택할 수 있고 SK는 전무까지는 수입차를 포함한 3000㏄ 이하 차량, 부사장 이상에게는 에쿠스를 지급한다.

GS와 두산은 직급에 따라 배기량 차이를 두고 있고 한화는 상무에게는 그랜저, 전무는 체어맨, 부사장 이상은 에쿠스를 몰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