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 아침에 YF택시타고 왔는데, 기사아저씨 운전 더럽게 못하고 막히는 길로만 감. 빡쳐서 동전으로만 돈 줌.


와이프 만날때는 그래도 똥차나마 차도 있고, 회사원이라 데이트비용도 부족한 건 몰랐었음.

20살때 만난 여자애가 있었어. 난 그때 집에서 거의 쫒겨나서 나와있던 상황이라 돈이 없었고,
걘 내 자존심 때문에 지가 돈 있어도 쓰질 못했어.

집나온 좆대딩이 돈이 어딨어. 그냥 과외 몇개 하는건 학비 대고, 생활비 쓰는데도 빠듯했어.
물론 집은 어머니가 몰래 동네 근처로 원룸 하나 얻어주셔서 거기 살았고.

아무튼 그러다보니 한번 만나면 만원으로 하루 때웠는데,
그래도 서로 너무 좋아서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 붙어 있었다.
아침은 그냥 빵이랑 우유로 때우고, 점심때는 호떡이나 어묵꼬치로 때우고, 저녁에나 라면 한그릇 먹을까 말까.

돈이 만원 정도 밖에 없으니 뭘 하겠어, 맨날 남산도서관 이런데서 만나서 공짜영화나 보고,
같이 남산이나 공원 같은데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가 막 백화점 같은데 가서 아이쇼핑하고 그랬어.
그당시에 우리집이 반포고, 걔네 집이 압구정이어서 중간에 신사동에서 만나면 가끔 별식으로
돈까스(한성돈까스라고 신사동에서 나름 유명한 데있음)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먹으며 행복해 하곤 했었어.

걸어서 압구정에 데려다 주고..반포로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에도 춥지도 힘들지도 않았었어.
그러고 몇달을 지내다가 내가 처음으로 선물이란걸 하나 줬는데,
그것도 길거리 노점에서 산 자개로 된 머리띠..5천원이나 했나..

그거 받고서 막 울면서 좋아해주길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뻔 했었다.
그 이후로 항상 그 머리띠 하고 다닌 걸로 기억해.
헤어진 후에도 가끔 연락은 하고 지냈는데, 결혼하고 분가하기 전에 방 정리하다가 
나온 스티커 사진에 그 머리띠 한 사진 보고서 참 고맙다는 생각 했었다.

갑자기 왜 뻘글이냐면, 담달 초에 결혼한대.
축의금이나 많이 넣어서 봉투만 보내야지.

진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세줄요약
1. 이글은 뻘글
2. 나 진짜 거지였을 때 함께 해준 오래전 여친에 ㄳ
3. 결혼한대.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