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일반적으로 추운 겨울이 되면 더운 여름보다 성관계 기회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밤도 길어지고 추워서 더 밀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워진다고 모든 사람들의 성생활이 왕성해지는 것은 아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활동량이 줄고 간식량은 늘어서 비만인 사람은 더 비만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성기능에 문제가 생겨 오히려 성관계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

40대 중반의 부부가 남편의 성문제로 내원한 적이 있다. 평소에도 남편의 성 능력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발기력도 별로고, 체력도 그리 좋지 않아 성관계하는 것을 힘들어했단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사정이 잘 되지 않더니 이제는 여성상위체위나 오럴섹스를 해주어야만 사정이 된다고 한다. 매번 이렇게 해야 하는 아내는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그보다는 언제나 자신이 성관계를 주도해야 하는 것이 더 속상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성관계 자체를 아예 안 하려고 해서 더 자주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왜 여성상위체위나 오럴섹스만 고집하느냐고 물었더니 체중 때문이란다. 무거운 체중 때문에 남성상위체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단다. 또 굵은 허벅지도 문제란다. 굵은 허벅지가 삽입성교 때 자신의 하체가 아내 다리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설령 하체가 아내의 다리 사이로 들어간다고 해도 튀어나온 아랫배 또한 문제라고 한다. 삽입을 하려면 아랫뱃살과 아내의 치골 부위가 먼저 닿으니 삽입이 잘 안 되고 깊게 삽입되지도 않아 자극이 작단다.

그러나 여성상위체위를 하면 더 깊이 삽입되고 자극도 많아서 사정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상담을 해 보니 남편은 성문제의 원인이 자신의 비만 때문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아내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비만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성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체중이 늘면 사례의 남성과 같이 남성상위체위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상체의 무게를 팔이 감당하기 힘들고 허리에도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튀어나온 배나 굵은 허벅지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지방이 많아지면 혈류 속의 지방산이 높아지고 이것이 음경으로 가는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발기에 지장을 준다. 또 지방세포가 많아질수록 여성호르몬은 증가하는 데 반해 남성호르몬은 줄어들어 사정 때 쾌감이 떨어지고 성욕도 저하된다.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 불룩 튀어나온 배와 두세 겹으로 접힌 턱, 그리고 여성형 유방이 되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래서 배우자에게 벗은 몸을 보여주기 싫어하거나 아예 성관계를 피하기도 한다.

만족한 성생활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라도 비만은 꼭 개선돼야 할 질병이다. 그래서 꾸준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은 필수적이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성관계를 하면 포만중추가 자극을 받아 음식 섭취량을 줄일 수 있고 칼로리가 많이 소모되어 체중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또 지속적인 성관계는 남성호르몬을 유지시켜 주어 활발한 성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다. 비만이라고 해서 성관계를 소홀히 하다 보면 부부관계가 멀어짐은 물론 성호르몬이 줄어들어 살을 빼더라도 성욕 자체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배우자가 비만인 사람은 비만으로 인한 성기능장애를 충분히 이해하고, 힘들더라도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