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밖에 없다던 당신이 나를 속인 것도 모자라 내 딸과 살림까지 차리다니… 당신이 사람이야?”

지난 11일 서울 중랑경찰서. 이혼의 상처를 잊을 만큼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가 ‘제비족’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여·47)씨는 자신의 고소로 쇠고랑을 차게 된 이모(51)씨를 향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토해 내고 있었다. A씨는 자신을 유명 건설회사 회장이라고 소개한 이씨의 화려한 언변과 애정 공세에 속아 지난 3년간 5300여만원을 사기당했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대기업에 입사할 만큼 총명했던 딸(24)까지 이씨에게 속아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였다는 것. 딸은 유치장에 수감됐던 이씨를 매일 찾아가 사식과 속옷, 책 등을 넣어 줬고 그런 딸을 볼 때마다 A씨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8년 10월 정수기 판매 사업을 하던 A씨에게 자신이 ‘○○건설, ○○토건 회장’이라며 접근했다. A씨는 배가 나오고 대머리에 가까워 호감이 가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이혼한 남편과 달리 다정하고 지적인 이씨에게 순간 눈이 멀었고 “우리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를 하고 국가유공자 자격이 있으면 48평형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도 속아 넘어갔다. A씨가 이씨에게 서류 위조와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20여차례에 걸쳐 건넨 돈만 5300여만원. 이씨는 “대통령과 친척 관계”라고 주장하며 A씨의 딸을 대통령 비서실에 넣어 주겠다고 해 셋이 함께 면접 연습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거짓 행각이 들통 난 것은 A씨가 갑자기 집을 나간 딸이 이씨와 동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모녀를 연적(戀敵)으로 갈라 놓은 이씨에게 넘어간 딸은 기가 막히게도 이씨를 ‘인생의 멘토, 영적인 리더’라며 옹호하기까지 했다. A씨는 이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사기를 친 5300여만원의 액수보다 홀로된 여성과 그 딸을 동시에 농락하고도 반성을 하지 않는 이씨의 죄질을 매우 나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살다 보면 참 붕신같은 여자들 만타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