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영업 마감하려합니다. 마무리들 해주세요~\'

목욕탕집 주인이 된지도 벌써 2년이다. 처음 이대앞에 목욕탕을 차리겠다고 했을때

그놈의 미친놈 소리 참 많이도 들었다. 차라리 봉은사 앞에 기독교백화점을 차려라, 

문경읍내에 베니건스 차리는게 더 남지 않겠냐는 등의 비아냥 속에도 꿋꿋하게 

전 재산 털어 국내최초 여성전용 목욕탕을 만들었으니 쉬운길이 아니었다.


무릇 목욕탕이라 함은 때를 밀거나 간이사우나,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장소 등으로

요즘 젊은아가씨들이 이렇게 후즐근한 목욕탕에서 때를 밀리가 없지않은가?

하지만 내 생각대로라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음 잘 우러났군\'


쑥탕의 물을 손으로 떠 맛보니 마치 쑥 국에 오징어와 바지락 등을 넣고 오래 끓인

건강한 육수맛이 난다. 

이어 게르마늄 탕과 온탕, 인삼탕, 아로마탕을 맛보고 있으려니 헛기침 소리가 들리며

복덕방 최씨 할아버지가 휘적휘적 들어오신다.


\'아이구 오셨습니까\'

꾸벅 인사를 하니 \'오늘은 내가 일등일세!\'하며 어서 품질검사부터 하자며 재촉이다.

\'하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손님들 좀 오시면요\'

안절부절하며 때밀이 침대를 만지작거리는 폼이 천상 어린애 같다.


\'여~ 박씨 나 왔소~\'

하나 둘씩 모여드는 지긋한 어르신들을 맞이하며 부랴부랴 빔프로젝트를 켜고

조명을 어둡게 셋팅한다.


\'자 오늘의 아가씨들 입니다.\'


목욕탕 한쪽의 하얀 벽에는 목욕탕 입구에서 녹화한 CCTV가 상영되고 

손에 목욕용품을 든 젊고 싱싱한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젖은 머리로 나가는 모습만

계속 반복되는데 어르신들의 입가에는 벌써부터 흐뭇한 미소들이 번진다.


\'어이구 저 처자 참으로 탐스럽네 그려\'

\'김씨 자네 마누라 젊을때랑 똑같네 똑같아\'

\'하하하 저저 방뎅이 보오 방뎅이\'


시끌벅적한 가운데 하나 둘씩 눈은 영상에 고정한 채 욕탕의 육수을 떠다 마시고

목욕의자에 얼굴을 부비며 때밀이 침대를 온몸으로 뒹군다.


\'여보게 저기 정씨 좀 보게!\'

\'아휴 할아버지 거기서 치시면 안돼요! 다른 분들도 드실건데!\'

\'아 밖에 쌀겨! 밖에!\'


혼돈의 카오스 속에 수십명의 어르신들은 샤워기를 가랑이에 부비고 비누를 문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낮동안 흠뻑 머금은 목욕탕의 음기를 흡수해 회춘한다.


\'자자 오늘의 하일라이트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최고온도로 높혀 부글부글 끓는 쑥탕에 칼국수 다발을 쏟아넣으니 벌써부터 

먹음직스런 냄새가 목욕탕을 감돈다. 파 썰어넣으랴 마늘 다져넣으랴 정신없는

와중에 전화벨이 울린다.


분명 뒷 문 열어달라는 예약손님 전화가 틀림없을듯 하다.

충남 보령에서 올라온 관광버스 한 대

인삼탕에 닭고기 좀 넣고 게르마늄 탕에 수제비까지 풀어야겠구나




나날히 바빠지는 일상

오늘도 서대문구의 여대생들은 이뻐지고 

어르신들은 회춘한다. 

\'여 박씨 털나왔어!\'

칼국수를 후르륵대던 어르신이 뵈지도 않는 손을 흔들며 외친다.

\'네 네 축하드립니다. 있다 수제비 한그릇 더 드릴께요\'

아이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