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 신차의 실내에서 다량의 독성 화학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에콜로지센터(Ecology Center)와 유해물질 전문 조사기구인 헬시스터프(healthystuff.org)가 2011~2012년에 사이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200종의 신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차량에서 275가지의 독성 화학물질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독성 화학물질 조사팀은 차량 실내의 계기판, 팔걸이, 좌석 등을 조사한 결과 좁은 차량 안에 브룸, 염화폴리비닐, 납과 중금속 등 독성물질이 대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중 브롬은 의약품의 원료로도 이용되지만 과다 복용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염화폴리비닐을 비롯한 다른 독성물질은 알레르기나 출산 결함, 학습장애, 간 장애,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독성 화학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차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일본 미쓰비시의 아웃랜더. 아웃랜더의 실내공기 오염지수는 3.17점으로 조사 대상 차량 가운데 가장 높았다. 2위는 크라이슬러의 200SC로 역시 3.17점을 기록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차 중에서도 독성 화학물질을 많이 검출된 차로 기아차의 쏘울(3위), 현대차 엑센트(6위), 쉐보레 아베오(7위), 기아차 스포티지R(8위) 등이 불명예(?)를 안았다. 이 외에 수입차로는 미니쿠퍼의 클럽맨, 폭스바겐의 이오스, 닛산 베르사 등이 뽑혔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에콜로지 센터의 제프 기어하트 팀장은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매일 1시간30분 이상을 차에서 보내고 있다. 이러한 독성 화학물질은 실내 공기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며 “이들 화학물질은 규제받지 않아 소비자들이 이의 유해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실험은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폭로하고 제조업체가 안전한 대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혼다는 시빅(1위), CR-Z(3위), 아큐라 RDX(5위), 아큐라 ZDX(6위) 등 4대의 차량을 ‘가장 유해물질이 적은 차’에 이름을 올렸다. 혼다는 차량 실내에 폴리염화비닐, 또는 PVC(폴리비닐클로라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도요타의 프리우스(2위)와 닛산의 큐브(4위) 등 전체적으로 일본차가 환경에 가장 부합되는 차로 선정됐다.

미국 혼다의 기업업무 및 커뮤니케이션 관리자 마르코스 프로머는 “우리의 노력에 대해 인정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지난 10년간 혼다는 차량에 화학물질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여러 단계를 취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이러한 노력을 보고서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 자동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겉으로 보이는 부문만 치중하고, 차량 내부의 재료나 접착제 등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