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3 자동차 브랜드인 포드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 부진으로 주력 모델인 중형 세단 ‘퓨전(사진)’을 최대 1000만원 싸게 팔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가격을 낮췄음에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자 궁여지책으로 ‘재고 떨이’에 나선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코리아는 최근 퓨전 2.5의 기본형과 내비게이션 포함 두 모델에 대해 875만~905만원을 깎아주는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퓨전 2.5 기본형 판매가격은 3275만원에서 875만원 내려간 2400만원에,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모델은 3505만원에서 905만원 싼 2600만원에 판매한다. 

포드코리아의 한 딜러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가격은 2600만원이지만 실제 구매를 결정한다면 여기에 추가 할인도 해 줄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1000만원가량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코리아가 이같이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차가 잘 안팔리기 때문이다. 

포드코리아는 한·미 FTA 발효와 함께 가격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012년식 차종의 가격을 180만~265만원 인하하고, 부품값도 최대 35% 내렸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오히려 하향곡선을 그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포드코리아는 지난달 416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442대)에 비해 5.9% 감소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누적 판매량 역시 1015대로 전년 동기 대비 9.0% 떨어졌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포드 퓨전은 올 하반기에 신차가 나오기 때문에 그전에 재고 차량을 처분해야 한다”며 “하지만 판매가 저조해 신차 출시 전까지 재고 소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할인 프로모션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로 포드뿐만 아니라 크라이슬러, 캐딜락 등 다른 브랜드들도 가격이 함께 떨어졌기 때문에 포드의 가격 경쟁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없다”며 “포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데다 다른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그나마 있던 수요층도 다른 브랜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미국 브랜드인 크라이슬러는 지난 3개월 동안 1007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781대) 28.9%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