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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갤 문학선-광인일기

피리부는사나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3.20 14: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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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군의 심리상태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작품임
작가:루쉰

광인일기(狂人日記)



지금 그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모(某)씨 형제-그들은 모두 나의 중학 시절 좋은 친구들이었다. 중학시절 이후 나는 그들과 헤어지게 되었고, 그리고 나서 여러 해가 지나고 보니 자연 소식도 뜸해졌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도 그중 한 친구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나는 그들을 찾아갔다. 마침 나는 고향에 가던 길이었다. 고향에서 만난 한 친구의 말에 의하면 병을 앓은 이는 그의 동생이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병문안 차 일부러 먼 곳에서 오느라 참 고맙고 수고도 했지만, 동생은 벌써 완쾌되어 어느 곳에 후보(候補)로 부임했다고 하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는 웃음과 함께 일기장 두 권을 꺼내 내게 들이밀면서 말했다.


“이걸 보게, 당시의 병상을 알 수 있을 걸세. 옛 친구이니 보여줘도 상관없겠지.”


얼떨결에 받아 가지고 돌아와 보고 나서 나는 그 병이 대충 ‘피해망상증’과 같은 종류임을 알게 되었다. 그 일기장에 쓰여진 내용이란 것이 보통 어렵고 까다로울 뿐 아니라 줄거리와 순서도 없어서 온통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소리뿐이었다. 날짜는 씌어 있지 않았으나, 다만 먹물 빛깔과 글씨체가 여러 가지인 것으로 보아 그것이 한 번에 쓰여진 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 가운데는 간혹 맥락을 찾을 수 있는 구절이 있기에 뽑아 내어 한편으로 만들어 의학자들의 연구 자료로 제공하려 한다. 일기 가운데 간혹 틀린 말이 있긴 하지만 한 글자도 정정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러나 거기에 쓰인 인명(人名)만은 모두가 한마을 사람들로, 이들 중 세상에 이름난 사람들은 혹시 피해를 입을지도 몰라 모두 고쳐버렸다. 또 책의 제목은 완쾌된 뒤에 본인 스스로 붙인 것이므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민국(民國) 7년(1918년) 4월 2일 씀.

 


1

오늘밤은 달이 참 밝다.

나는 달을 보지 못한 지 30년도 더 되었다. 오늘은 달을 보았기 때문에 기분이 유난히 상쾌하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30년 동안, 나는 전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나저나 저 조씨네 집 개는 어째서 아까부터 나만 유심히 쳐다보는 걸까? 내가 무서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2

오늘은 전혀 달이 보이지 않는다. 이젠 정말 안 되겠기에 나는 아침에 조심조심 길을 나섰다. 아니나다를까, 조귀(趙貴) 영감의 눈초리가 이상하다. 나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도 같고, 나를 없애 버리려고 하는 것도 같다. 그밖에도 소곤소곤 귓속말로 나를 헐뜯고 있는 놈이 7, 8명 더 있다. 그러면서도 그놈들은 혹시라도 내게 들킬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 뿐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놈들이란 놈들은 모두가 그랬다. 그 중에서도 제일 험상궂게 생긴 놈은 큰 입을 떡 벌리고는 나를 비웃었다. 나는 그 놈을 보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쳤다. 나는 놈들이 꾸미고 있던 일이 완전히 준비단계를 마쳤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저쪽 귀퉁이에 아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놈들도 내 험담을 하고 있었다. 눈초리는 조귀 영감과 같았고, 얼굴빛도 푸르죽죽했다. 나는 도대체 무슨 감정이 있어 아이들까지 저렇게 내 흉을 보는가에 생각이 미치자 그만 참을 수가 없어서,


“뭐가 어째!” 하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아이들이 모두 달아나 버렸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조귀 영감은 내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일까? 또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체 내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일까? 가만 있자. 그러고 보니 20년 전 고구(古久) 선생의 헌 출납부를 꽉 밟아서 그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 적이 떠올랐다.


조귀 영감은 고구 선생의 친구는 아니지만, 아마도 그 소문을 듣고 내가 한 짓에 분개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꼬드겨 나를 미워하게끔 만드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어린아이들은 왜? 그 무렵엔 그놈들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잖은가. 무엇 때문에 그놈들까지도 나를 무서워하기라도 하는 듯 똑같이 이상한 눈초리로 노려보는 것일까? 이것이야말로 무서운 일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요, 슬픈 일이다.


그래, 알았다! 바로 그놈들의 부모가 그렇게 가르친 것이다.



3

밤에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모든 것을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밤새 무슨 일이든 뭐든 연구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나는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들 중에는 현지사(縣知事)에게 걸려서 목에 칼을 쓰는 형벌을 받은 놈도 있고, 두목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 본 놈도 있다. 또 말단 관리에게 자기 아내를 빼앗긴 놈도 있고, 부모를 빚쟁이에게 시달려 죽게 만든 놈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 놈들의 얼굴 표정은 어제처럼 무섭고, 흉측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괴상한 것은 어제 거리에서 만난 그 여자다. 그녀는 자기 아이를 마구 때리면서 “빌어먹을 놈! 물어뜯어도 시원치 않을 놈!”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눈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러자 새파란 얼굴에 이빨을 드러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와아하- 하고 웃어대는 것이다. 어느 틈엔가 진노오(陳老五)가 급히 달려와서 억지로 나를 끌고 집으로 데리고 갔다.


집으로 끌려 들어오자 집안 사람들이 모두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는데, 그들도 거리의 다른 사람들과 조금도 다름없었다. 식구들은 내가 서재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밖에서 자물쇠를 걸어 버렸다. 마치 닭이나 오리를 장안에 가둬 놓듯이 말이다. 이 일로 나는 더욱 놈들이 하는 짓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갇혀버린 것이다.


얼마 전에 낭자촌의 소작인이 와서 흉년이라고 불평을 늘어놓다가 형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그들 마을에 대단한 악당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맞아 죽었는데, 그들 중 몇 사람들이 그놈의 간을 꺼내서 기름에 튀겨 먹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담력이 커지고, 용기도 생긴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옆에서 말참견을 했더니, 소작인과 형이 나를 물끄러미 노려보았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확실히 알았다. 식구들의 눈초리 역시 마을에 있는 녀석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오싹해진다. 놈들은 사람을 먹을 수 있으니 나를 잡아먹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 그 여자가 ‘네놈을 물어뜯겠다.’고 말한 것과 새파란 얼굴에 이를 드러내며 웃던 녀석들과 또 얼마 전 그 소작인이 지껄인 것은 틀림없이 그들만의 어떤 암호였던 것이다. 그래, 알았다. 놈들이 하는 말 속에는 독이 가득하고, 웃음 속에는 비수가 숨어 있다. 놈들의 이빨은 모두 희고, 뾰족뾰족하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을 잡아먹는 연장인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못된 놈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고씨네 집 장부를 밟고 난 이후로는 좀 이상해졌다. 놈들에겐 뭔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놈들은 서로 간에 의가 나빠지면 금세 상대를 못된 놈이라고 욕하곤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형이 내게 논문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을 때 일이다. 형은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비판하는 문구를 써넣으면 몇 개쯤 거기에 동그라미를 쳐주었다. 그리고 반대로 악한 사람을 변호하는 문구를 써넣으면 ‘기상 천외’ 라든가 ‘독창적’ 이라든가 하면서 칭찬해 주곤 하는 것이었다. 나는 놈들이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알 턱이 없다. 더욱이 사람들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 놈들이 아닌가.


무슨 일이든 연구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옛날부터 사람을 먹는 일이 희귀한 일은 아니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리 확실하지는 않다. 나는 역사책을 들추어 조사해 보았다. 그 책에는 연대가 없고, 모든 페이지에 ‘인위도덕’ 같은 글자들이 꾸불꾸불 씌어져 있었다. 어차피 잠을 잘 수 없었으므로 밤늦게까지 뒤져보았더니, 글자와 글자 사이에서 간신히 또 다른 글자를 찾아냈다. 책에는 곳곳에 ‘식인(食人)’이란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책장마다 이렇게 많이 씌어 있고, 소작인도 많은 이야기를 지껄였으며 모든 사람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상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나도 사람이다.


그러므로 놈들은 나를 잡아먹으려는 것이다.



4

아침나절에는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아 있었다. 진노오가 식사를 가지고 왔다. 채소 한 접시와 생선찜 한 접시, 그 생선은 희고 뻣뻣한 눈깔과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모양이 마치 사람을 잡아먹고 싶어하는 놈들과 똑같아 보였다. 젓가락을 대어 조금 먹어 보았으나 미끈미끈해서 생선인지,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몇 조각 먹었던 것을 모조리 토해 내고 말았다.


“노오! 너무 답답하다. 마당을 좀 거닐고 싶다고, 형님께 말씀드려 주겠나.”


내가 이렇게 말하자, 노오란 놈은 대답도 않고 가 버렸다. 그러나 조금 후에 다시 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놈들이 나를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나도 놈들이 나를 석방해줄 생각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얼마 후 형이 한 늙은이를 데리고 천천히 들어왔다. 기분 나쁜 눈빛을 가진 놈이다. 내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줄곧 발치만 보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안경 너머로 흘깃흘깃 내 태도를 훔쳐본다.


“너 오늘은 기분이 썩 좋은 것 같구나.”


형이 말했다.


“그래요.”


“오늘은 하(何) 선생에게 진찰을 받기로 했다.”


“좋습니다.”


이렇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이 늙은이가 실은 망나니의 화신이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 맥을 본다는 구실로 살집이 있는가 없는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 대가로 고기 한 점쯤 얻어먹을 요량이겠지. 그러나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사람을 먹어 본 적은 없지만 담력은 놈들보다 더 세었던 것이다. 두 주먹을 내밀어 놈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았다. 놈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한참을 꿈지럭거리더니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는 그 기분 나쁜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


“너무 걱정할 건 없어요. 얼마 간 조용히 영양을 섭취하면 곧 완쾌될 겁니다.”


걱정하지 말고 조용히 영양을 섭취해라! 물론 영양을 섭취해서 살이 찌면 놈들은 그만큼 더 먹을 수 있게 되겠지. 하지만 내겐 과연 무슨 이익이 돌아오겠는가. 무엇이 ‘좋아진다’는 것인가. 놈들 일당은 사람을 잡아먹고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망설이고 있다. 아마 체면 차리느라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니 나는 정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참다 못해 큰소리로 웃어 버렸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이 웃음 속에는 그들을 향한 용기와 무한한 힘이 넘치고 있음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 늙은이와 형은 내 용기와 힘에 억눌려 얼굴빛이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용기 때문에, 놈들은 더욱 나를 잡아먹고 싶어했다. 나의 용기를 탐내는 것이다. 늙은이가 방을 나서자마자 곧 작은 소리로 형에게 속삭였다.


“빨리 먹어치우도록 하세요.”


형이 머리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형도 그들과 한패였던 것이다. 이러한 대 발견은 순간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한 패를 모아, 나를 잡아먹으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내 형인 것이다.


아마도 사람을 잡아먹는 자가 내 형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을 잡아먹는 자의 동생인 것이다.


내가 잡아먹히더라도 여전히 나는 사람을 잡아먹는 자의 동생이다.



5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하며 보냈다. 설령 그 늙은이가 망나니의 화신이 아니고 정말 의사라 하더라도 사람을 잡아먹는 의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놈들의 스승인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본초(本草)』인가 하는 책에도 사람을 삶아 먹을 수 있다고 분명히 씌어져 있지 않은가. 그래도 자기는 사람을 먹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형 역시 뚜렷한 증거를 지니고 있다. 내게 글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분명히 그는 ‘자식을 바꿔서 잡아먹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자기 입으로 말한 적이 있다. 또 있다. 한 번은 우연히 어느 악한 사람에 대해 의논하다가, 그놈은 죽여 마땅할 뿐만 아니라 ‘살을 먹고, 가죽을 깔고 자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무렵 아직 어렸기 때문에 그 말로 인해 심장이 하루 종일 두근대기만 했다.


이것만으로도 옛날과 다름없이 그 사람의 마음이 잔인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자식을 바꿔서 잡아먹는 일’이 허용된 이상 무엇이든 바꿀 수 없는 것은 없으며, 잡아먹을 수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나는 예전에는 형의 설교를 그저 멍청히 흘려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형이 설교할 때는 틀림없이 입가에 사람의 기름을 칠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슴속에는 온통 사람을 잡아먹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6

캄캄하다. 낮인지 밤인지 도대체 가늠할 수가 없다. 조씨네 개가 또 짖어대기 시작했다. 호랑이처럼 흉악한 사나움, 토끼 같은 겁쟁이, 여우의 교활함…….



7

드디어 놈들의 수법을 알아냈다. 그들은 칼을 써서 죽이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고 도 그럴 용기도 없는 것이다. 아마 후환을 두려워해서겠지. 그래서 그들은 서로 연락을 취해 교묘히 함정을 파놓고는 내가 자살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 며칠 전 마을에서 본 남녀의 태도나 얼마 전 형의 행동만 보더라도 이건 십중팔구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내가 스스로 허리띠를 풀어 대들보에 매달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어주기를 바라겠지. 그러면 놈들은 살인이란 죄명을 입지 않고도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껑충껑충 뛰며 기뻐서 와아 하고 소리를 지르겠지. 설령 내가 자살하지 않는다 쳐도 두려움과 걱정에 싸여 고민하다가 결국은 죽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살이 좀 빠져 고기는 줄어들겠지만 그런대로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놈들은 죽은 고기밖에는 먹을 줄 모른다. 어떤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하이에나’라는 동물은 눈초리가 매섭고, 생김새가 흉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언제나 죽은 고기만을 먹고, 아무리 굵은 뼈라도 깨물어 삼켜 버린다고 한다.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이에나는 늑대의 친척이고, 늑대는 개의 조상이다. 며칠 전 조씨네 개가 유심히 나를 노려보았는데 이제 보니 놈도 한패라 그들과 이미 약속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늙은이도 눈을 내리깔고 바닥만 쳐다보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속을 것 같은가? 어림도 없지!


제일 딱한 것은 형이다. 형도 사람인데, 형은 왜 무서워하지 않는 것일까? 더구나 한 패가 되어 날 잡아먹으려 하다니,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나쁘다는 생각도 못하는 걸까? 양심을 깡그리 잃어버렸기 때문인가?


그러나 나는 사람을 잡아먹는 자를 저주하는 데 있어서 먼저 형부터 저주하리라. 그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인간을 회개시키는 데 있어서도 우선 형부터 시작해야겠다.



8

그렇다면 이 정도의 도리는 지금쯤 놈들도 이미 알고 있어야 할 일인데…….


돌연히 한 남자가 찾아왔다. 나이는 고작해야 20세 안팎, 얼굴은 확실히 떠오르지 않는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나를 보고 머리를 끄덕였지만 그 웃음도 진짜 웃음은 아니었다. 나는 그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를 한 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사람을 먹는 것이 옳은 일인가?”


그 사나이는 여전히 싱글거리면서 대답했다.


“아, 흉년도 아닌데 사람을 왜 잡아먹습니까?”


나는 금방 깨달았다. 이놈도 한 패여서 사람을 먹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용기가 나서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옳은 일인가?”


“그런 건 물어서 뭣 하시려구요? 당신도 참…… 농담도 잘 하시네요……. 허허, 오늘은 날씨가 참 좋군요.”


좋은 날씨라고? 그래, 날씨도 좋고 달빛도 밝다. 그러나 나는 네게 꼭 물어봐야겠다.


“옳은가 말이다.”


그러자 그는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았고, 그저 애매모호한 말투로 말했다.


“아니, 저 ……”


“그렇지. 옳지 않지. 그럼, 놈들은 왜 사람을 잡아먹지?”


“그런 터무니없는…….”


“그런 터무니없는? 실제로 낭자촌에서는 지금도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 그리고 책에도 씌여 있다. 온통 새빨간 피투성이가 되어…….”


이미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야 정말 그럴지도…… 옛날부터 그랬으니까…….”


“옛날부터 그랬다는 건 옳단 말이냐?”


“더 이상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튼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말이지요. 그래도 계속해서 당신이 그런 말을 한다면 그건 모두 당신이 잘못된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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