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선택의 타당성이란 측면에서 풀어야하는 논리 속에서,
당대의 도시건축학 이론이었던 풍수지리학을 토대로 철저한 풍수사상에 입각해서
철학적 사유를 바탕에 두고 입지를 선택하고 도시를 건설한 서울의 경우를
부산이랑 비교하는 건 뭔가 좀 맞지 않아보입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도시입지가 어떤 사상을 바탕으로 기획되고 시행돼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여기는 대도시가 생길 자리 여기는 어촌이 생길 자리 여기는 논밭이 생길 자리가 정했져있었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일례로 서울지역은 역사적으로 계속 주요 도시가 형성돼있었죠.
수도가 아닐 적에도 뭐 지금으로 말하자면 \'지역거점도시\'의 역할과 규모는 항상 갖고 있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아요.
백제초기의 한산(漢山), 부아악(負兒岳), 위례성(慰禮城)이 오늘의 서울지역이고
고구려 남진 후 북한산군, 남평양도 서울지역이죠.
신라 때에는 한양군이었고요.
고려시대에는 양주였습니다.
이 때 양주는 해주와 함께 관내도에 속한 좌우 2보의 신책군으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였죠.
광릉이라는 별호로 불리기도 했어요.
그리고 몽고전란 이후에는 충렬왕 때에 다시 한양부로 고쳤고,
조선의 건국과 함께 현재의 경복궁, 즉 정궁이 들어서며 풍수지리사상에 입각한 도시조성이 이뤄졌죠.
도성 선택의 과정에서 현재의 서울은
역사성으로나 장소성으로나 천도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다층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땅이었단 말이죠. 녜녜.
근데 부산은 삼한시대부터 시작하는 이런 유구한 역사가 있느냐 하면 뭐 딱히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풍수지리상 길지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고,
그럼 구릉지가 넓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고,
도무지 \'계획적으로 대도시를 만들 입지\'는 아니었단 소립니다.
뭐 대략 한 150~200만명이면 full이라고 할만한 입지에,
일제의 선택을 시작으로,
그리고 육이오를 맞아 수용가능한 인구보다 사람들이 확 몰리기 시작하더니,
경제발전기에 경부선 철도와 고속도로의 엄청난 특혜를 입으면서
이뤄진 \'대도시\'가 오늘의 부산이라는 겁니다.
사실 부산이 큰 건 서울 발전이 하나의 큰 동력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서울발전\'을 \'몰빵\'이라고 언급하는 미개한 분들이 계시는데, 그건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를 재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예요.
당시엔 중앙집권체제였기 때문에 서울을 키운 걸 서울 몰빵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생각해봅시다. 중앙집권체제의 빈민 신생국가가 경제성장을 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수도를 키우겠어요, 아님 지방도시를 먼저 키우겠어요?
당연히 수도를 먼저 키우거든요. 그 당시 한국의 대외이미지=서울이기 때문에. (그래서 무리해서 올림픽도 한 거고.)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몰빵"이라는 오해는 지방자치제인 오늘날의 시각으로 과거를 재단하니까 벌어지는 오해일 뿐입니다.
하필이면 일제가 서울이랑 이어놓은 "제일 편한 항구도시"가 부산이었기 때문에,
서울을 키우면서 부산은 따라서 큰 겁니다.
역사도 일천한 일개 교역항 촌락이 순식간에 제2의 도시라는 가당찮은 영예까지 짊어질 정도로 성장하게 되죠.
그 덕에 감당못할 인구를 수용하느라 주거지역이 산등성으로 밀고 올라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뭐 어쨌든.
이게 단순히 감정적으로 까는 걸로 보인다면 뭐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하여간 서울과 부산은 그 출발부터 명백히 다른 도시예요.
도시구조 면에서도 다르고 역사성 면에서도 다르고 상징성 면에서도 현격히 다른 도시입니다.
이런 \'출발선의 차이\'를, 마치 두 도시가 동등한 위치에서 1950년대부터 시작했다고 오해해버리면 정말 그건 답이 없는 거죠 -_-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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