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정원에 학생은 0명… 송도국제도시 ‘개발의 그늘’ 경향신문 | 인천 | 박준철 기자 | 입력 2011.11.16 03:28
정부가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학교와 대학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지만 재학생이 턱없이 부족해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부동산 호황만 믿고 건물 준공만 서두른 채 정작 외국대학이나 학생 유치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11시,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강의동·기숙사(2000실)·교수아파트 등 대학생 5000명이 생활할 수 있는 건물은 지어졌지만 대학생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일반인들의 출입도 통제되고 있었다.

인천경제청은 이 일대 부지 29만5000㎡(9만평)에 외국 대학·대학원 분교 10여곳을 유치하겠다며 지난 8월 1단계 공사를 마쳤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9월부터 부분 개교를 공언했지만 입주할 대학이 없어 1년 넘게 캠퍼스 출입문을 굳게 닫아 놓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곳에 1만2000명의 학생을 수용할 계획이지만 입주를 약속한 대학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1차 개교는 늦었지만 내년 3월에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록 대학원생 407명이 입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청은 유럽·미국 등 10여개 대학과 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분교 설립 절차에 들어간 대학은 조지메이슨대 등 2∼3곳에 불과하다.

인천경제청은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조성공사에 모두 1조1450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50%는 국비·시비로, 나머지는 9만4295㎡에 아파트·상업시설을 조성하는 개발이익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그러나 건설 경기가 급랭하면서 2020년으로 예정된 캠퍼스 완공을 언제 끝낼 수 있을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바로 옆 91만㎡의 부지에선 연세대학교가 1만명의 학생이 수업하는 국제캠퍼스를 조성하겠다며 캠퍼스를 조성 중이지만 재학생 수는 430명에 불과하다. 연세대는 1단계로 종합강의동·기숙사를 짓고 지난해 3월 개교식까지 했으나 1년이 지난 3월에야 개강했다.

연세대는 당초 개교와 동시에 5000명은 송도국제도시에서 생활하는 등 1만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조건을 내걸고 인천경제청으로부터 토지를 조성원가에 매입했다. 연세대는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분양 개발이익금으로 학교 건물을 짓고 있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개발을 맡은 연세대송도국제화복합단지(주)는 이미 1439가구를 분양한데 이어 연말쯤 아파트 980가구와 오피스텔 2102가구 등을 추가로 분양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청이 대학 유치에만 급급해 연세대에 땅을 싸게 팔고, 연세대는 아파트 분양 이익금에 의존해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캠퍼스 개발이나 운영활성화 모두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내년에 테크노아트학부 등 1000여명의 학생이 추가로 인천 국제캠퍼스에서 수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초·중·고생이 재학하는 국제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9월 송도신도시에 개교한 채드윅국제학교는 2080명이 정원이지만 474명의 학생만 등교하고 있다. 지난 8월 청라국제도시에 개교한 달튼외국인학교(4만6200㎡)도 정원 1560명에 107명만 재학 중이다. 인천경제청은 그러나 기반시설조차 완공되지 않은 영종도 미단시티(운복복합레저단지) 6만5000㎡에 2000억원을 들여 정원 1540명의 외국인학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