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 저지른 퍽치기 전과… 야구로 돌아와 대어급 변신
프로야구단 들어가자마자 어두운 과거가 인터넷 번져
유니폼 반납, 야구와 이별… 4년 후 조직폭력배로 검거돼
"니 야구 선수 아이가(아니냐)? 프로야구단에 들어갔다더니 이기 뭐꼬(뭐냐)?"
이달 중순 부산 부산진경찰서 형사1팀 사무실. 성인오락실 업주를 납치, 폭행한 혐의로 검거된 폭력조직 \'재건20세기파\' 소속 행동대원 7명을 둘러보던 신경범 형사1팀장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이기 누고(이게 누구냐)?" 신 팀장의 목소리에는 반가움과 놀라움이 섞였다. 청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야구, 진즉에 때리 치았심다."
부산의 골수 야구팬들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 청년은 A(25)씨다. 고교 시절인 2006년 7월 어느 날. 부산 구덕야구장 마운드에서 선 그는 185㎝, 100㎏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시속 140㎞ 중반의 묵직한 직구로 상대팀 타자들을 압도했다. 헛방망이가 돌아갈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그는 이날 경기를 6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전국 대회 28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갔다. 야구 명문 B고교의 명실상부한 에이스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끌 정도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 2003년 초 \'퍽치기(행인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쓰러뜨리는 강도 수법)\'사건을 9차례나 저질러 법정에 섰다.
사건을 담당한 김모 판사가 "야구 선수로서 재능이 아깝다"며 풀어줬지만 얼마 뒤 같은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수감됐다. 야구 선수로서 생명이 끝나는 듯했지만 김 판사가 그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 줬다. "제2의 최동원 선수가 돼 사회에 진 빚을 갚으라"며 그를 격려하고 응원해줬다.
그렇게 그는 야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1년의 공백기에도 대어급 고교 투수로 이름을 날리면서 2007년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전체 20위권 순위(신인 드래프트 참가 선수 중 20여 번째)였다.
꿈에 그리던 프로야구 선수가 된 그는 3주 만에 100kg이던 몸무게를 85kg로 감량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구속도 시속 15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는 끝내 프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2007년 시즌 개막을 앞둔 3월 그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하자 묻어뒀던 어두운 과거가 인터넷을 타고 퍼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와 소속 구단 홈페이지 등은 \'퍽치기 전과자 투수\'라며 그를 비난하는 글로 뒤덮였다. 그해 4월 24일 그는 구단에 유니폼을 반납하고 야구와 이별했다.
그리고 4년 반이 지나 그는 부산진경찰서 형사1팀 사무실에서 수갑을 찬 채 철제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구덕야구장의 에이스는 조직폭력배가 돼 있었다. 그의 모교인 B고교 야구부 감독은 "아까운 투수였다. 지난해 군에서 제대한 뒤 다시 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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