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제 르네상스 오나◆
장면 2. 부산 지하철 하단역 5번 출구에 위치한 패션그룹형지 멀티숍. 크로커다일레이디, 올리비아하슬러, 라젤로 등 패션그룹형지의 브랜드들을 총망라한 곳으로 2층짜리 대형 멀티숍(면적 600㎡)이다. 통상적으로 1~2월은 명절 특수를 제외하면 비수기에 해당하는데 최근 이곳 멀티숍의 매출이 심상찮다. 올해 2월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 인디안으로 유명한 세정 역시 하단점을 비롯, 거가대교 인근 매장 5곳의 거제·통영 고객 증가율은 150%에 달했다.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거가대교 개통 후 거제, 옥포, 고현 등지에서 몰려드는 쇼핑객들이 찾아와 예상치 못한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배경에는 고급 서비스산업의 부상을 들 수 있습니다. 해운대구에는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비롯, 고급 유통가와 더불어 파라다이스호텔 등 특급호텔과 벡스코로 대변되는 국제 전시공간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또 서남권으로는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롯데호텔이 거가대교 개통 후 거제, 창원 지역민들을 끌어당기고 있지요. 대형 크루즈선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고급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산의 유통서비스산업 발전에 청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이장호 부산은행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당장 부산 지역 백화점 업계 매출이 이를 뒷받침한다. 2008년 1조4000억원이던 부산 상권 백화점 매출은 신세계 센텀시티가 문을 연 2009년 1조8000억원으로 30%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2조6000억원으로 또 한 번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요 이유로는 교통망 확충이 눈길을 끈다. 부울고속도로, KTX 2차 개통, 거가대교 개통 등이 외지인들의 부산 유입을 가속화시켰다. 조태현 신세계센텀 지점장은 “실제 개점 당시인 2009년과 비교하면 울산 지역 쇼핑객은 26%, 대구·경북 지역은 33%, 거제 지역 쇼핑객은 무려 42%나 증가했다. 올해 김해경전철 완공 등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면 매출액은 더욱 늘 것”이라고 전했다.
사정은 롯데백화점 광복점도 마찬가지. 차이가 있다면 신세계 센텀시티가 울산 등 동남권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면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창원, 거제, 김해 등 서남권 고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점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거가대교 개통 후 49일(2010년 12월 14일~ 2011년 1월 31일)간과 지난해 같은 기간을 비교해보니 거제도 및 통영 고객이 부산 지역 롯데백화점에서 쇼핑한 고객 수는 63%(6500여명→1만600여명), 사용금액은 67%(25억원→42억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롯데 광복점은 거제도 및 통영 고객이 전체 구매고객 수의 43%(4600여명)를 차지했다. 이는 42%(4400여명)를 보인 롯데 부산본점보다도 높은 수치.
박해준 롯데백화점 광복점 영업총괄팀장은 “주말이면 세계 최대 규모인 아쿠아틱쇼 공연을 보려고 창원, 진주, 김해, 거제 고객뿐 아니라 중국,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찾아오면서 롯데 광복점 주변이 샤워효과를 얻어 남포동, 광복동 일대의 관광객과 쇼핑객들이 이전보다 크게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국내 고객들의 유입만으로 부산시 유통업계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부산의 독특한 환경은 타 시도와는 또 다른 성장동력을 낳는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형 크루즈선의 부산 기항이다. 국제 크루즈선은 각 나라 주요 도시를 돌며 하루 혹은 이틀을 정박한다. 국제 크루즈업체들은 단순히 정박할 수 있는 항구만 있다고 기항지를 정하지는 않는다. 도시 기반시설, 쇼핑 및 여가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야 하는데 부산이 이를 서서히 충족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부산항을 찾은 국제 크루즈선은 79척, 크루즈선을 통한 여행객 출입국자 수는 17만여명에 달했다. 이는 2009년 34척, 3만4400여명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부산시 관계자는 “크루즈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부산은행, 백화점 등 지역 업계와 공조, 이들이 편하게 부산에서 지갑을 열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3월 1일,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객실은 100% 예약이 끝났고 호텔 내 면세점에는 타지 언어를 쓰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인근 경주에서 왔다는 한혜진 씨는 “KTX로 부산에 오니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며 “1박 후에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면세점에 들렀는데 모든 게 한 번에 이뤄져 정말 편리하다”라고 소개했다.
파라다이스호텔은 지난해 KTX 2차 개통 이후 포항, 경주 고객들이 신규 유입되면서 처음으로 매출액 700억원대를 돌파했다. 여은주 파라다이스호텔 실장은 “큰맘 먹고 석 달 전에 예약하는 풍토였던 것이 최근에는 2주 전 심지어 5일 전에도 예약을 해 편하게 이용하는 외지 고급 고객의 수요가 늘었다”라고 전했다. 이는 인근 웨스틴조선, 노보텔, 씨클라우드호텔 등도 마찬가지 현상.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부산 지역 특급호텔들의 마케팅 전략도 한층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롯데호텔은 거가대교 개통 이후 거제권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12월 ‘거제사랑 패키지’를 제작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동호 부산롯데호텔 대표는 “새롭게 개보수한 고급 객실 숙박과 롯데백화점 광복점 이용권, 롯데시네마 관람권을 묶은 거제시민 전용 상품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호텔, 쇼핑외식, 여행레저, 교육문화 등 다양한 이용 특전을 총망라한 거제시민 전용 회원제인 ‘The Bridge Card’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특급호텔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해운대 아이파크 내에는 250실 규모의 6성급 호텔인 파크하얏트가 들어설 예정. 서부권 핵심 호텔로 떠오를 100층 규모의 롯데타운 내에도 최고급 호텔이 들어간다. CJ그룹이 참여하고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 시랑리 일대 364만㎡ 규모의 ‘동부산관광단지’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부산 유통서비스 시장은 한 번 더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가 동서남권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구도심은 침체하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과거 8학군으로 불리던 부산 동래구나 패션 1번지였던 남포동, 국제시장 등은 예전의 명성만 못하다는 평이다. 더불어 부산 구도심 곳곳에서 진행되다 지지부진해진 재개발 프로젝트들 역시 슬럼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그동안 서부산권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자 쾌적한 주거환경과 교육시설에 집중 투자해왔던 측면이 있다. 앞으로 원도심권의 낙후된 지역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또한 사업성이 없는 재개발 지역 등은 시가 직접 나서서 창조적 도시재생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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