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울산시가 고리원전 주변에 있는 방사선 측정기기를 5곳으로 확대해 설치해달라고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한수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 공식 요구했다. 아울러 전국 12곳에서 운영 중인 방사능 측정소를 울산에도 신설할 것을 요청했다.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에 온통 둘러싸인 울산시로서는 당연한 주장이다. 문제는 이같은 주장이 지금 나왔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원전사고 이전까지 울산시민들은 너무나 당연히 울산에 방사능 측정 시설이 있다고 믿어왔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 이같은 사실이 이번 일본 원전사태로 어처구니없는 현실로 돌아온 셈이다. 정부의 울산홀대는 도를 넘은 수준이다.
　비단 방사능 측정 시설 문제만이 아니다. 국가예산 배정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동북아 오일허비사업이나 자유무역지정에 대한 기간시설 확충사업, 철도나 도로부문의 사업비는 찔끔 예산으로 민심달래기 수준에 그치고 있고 R&D 예산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정부가 국가예산을 배정하면서 겉으로는 지역균형과 효율성을 예산의 우선순위로 이야기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치논리가 그 중심에 있다. 이른바 중앙논리다. 지방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은 지방이 중앙의 반대 의미이기 보다는 차별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차별의 정도가 이번 원전 문제로 다시 불거진 셈이지만 이번 문제는 국가예산 문제와는 좀 다른 측면이 강하다.
　중앙은 언제부턴가 서울의 다른 이름으로 사용됐다. 비슷한 경로로 지방은 중앙의 반대의미, 혹은 촌이나 시골의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면서 중앙은 좋고 바르고 옳은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왔다. 당연히 촌스럽고 함부로 해도 되는 의미로 지방은 취급됐고, 그 이미지가 현대사와 그 궤적을 같이해 왔다. 함부로 해도되는 울산이기에 원전이 아래 위로 있는 현실을 무시한체 최소한의 배려조차 외면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울산의 경우 한해 국세를 15조 원이나 거둬 고스란히 국가에 바치지만 실제로 국가예산은 6,000억~7,000억 원 수준 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굳이 방사능 측정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교육과 의료, 문화인프라가 전국 최저 수준인 울산은 당장 도시 수준을 일정한 궤도에 올리는 문제가 당면과제다. 울산시민들이 정부에 구걸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반세기 동안 울산의 산하를 더럽혀 산업화를 이뤄냈다면 그에 상응하는 투자는 당연한 조치다. 그런데도 예산배정 때마다 울산을 홀대하고 원전에 둘러싸여 신음하는 지역민에게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는 측정시설까지 배제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다. 적어도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부터 투자해야 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해보는 것이 공정한 잣대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