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안전 위해 인본주의 바탕으로 축조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도성의 역할을 수행해 온 ‘한양도성’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백성의 안전과 평안한 삶을 위해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축조된 한양도성은 산봉우리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미학을 살린 친환경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사료로 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4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Tentative List)으로 등재 신청한 ‘한양도성(사적 제10호)’이 잠정목록 등재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적 가 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있는 유산들을 앞으로 충분한 연구와 자료 축적을 통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도록 하기 위한 예비목록이다. 최소 1년 전까지 잠정목록에 등재된 유산만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할 자격을 준다.

이번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한양도성은 조선 태조가 한양천도 후 1396년 백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의 정상과 능선을 따라 18.6㎞ 규모로 축조한 것이다. 한양도성은 1396년부터 1910년까지 514년간 도성역할을 수행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최장기간에 속한다.

평지성과 산성의 구조가 결합한 포곡식(계곡을 둘러싸고 산 능선을 따라 조성) 성곽으로 성곽의 시기별 축조 형태와 수리기술의 증거가 잘 남아 있다.

또 자연적인 지형을 따라 축조돼 뛰어난 역사도시 경관을 보여준다. 성곽 구간마다 축조에 참여했던 장인의 실명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특히 한양도성은 백성의 안전과 평안한 삶을 위해 ‘인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축조됐다. 도성의 동서남북에는 유학에서 사람이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인 인․의․예․지를 상징하는 사대문(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을 설치했다.

또 각 대문 사이에 대문보다 규모가 작은 사소문을 설치해 도성이 상징적으로 전국 8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한양도성은 세종과 숙종, 영조, 정조, 순조, 고종에 거쳐 지속적인 개축이 진행됐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양도성은 유교적 조성원리와 도교적 입지개념이 결합된 동아시아적 세계관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자연에 순응하는 입지선택과 축조기술로 자연친화적 건축양식을 나타내고 있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 도시 경관을 자랑한다.

또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휴먼스케일의 한양도성은 궁궐, 종묘, 사직, 한옥, 인간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성 성곽과 문루들은 조선왕조 500년간 다수의 문학작품 및 겸재 정선 등 화가들의 그림 주제가 되는 등 저명한 문학과 예술에서 창조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등으로 일부 훼손되기도 했으나 서울시의 복원 작업으로 원형을 회복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4월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회를 개최해 한양도성을 세계유산 잠정목록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6월에 ‘한양도성 보존․관리․활용 종합 계획’을 수립했고, 9월 한양도성 관련 전담 조직인 ‘한양도성도감’을 신설하는 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했다.

현재 서울시는 한양도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한 ‘OUV’ 즉 ‘탁월한 세계 보편적 가치’ 기준 중 4개 부분이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한양도성은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며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를 포함한 전 인류에 있어 공통적으로 문화 및 자연적 중요성을 갖는다’라고 시는 분석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앞으로 상호 긴밀히 협조해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가치 발굴을 위한 학술연구와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통해 한양도성이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