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산 종주를 하려다가 날씨가 너무 구려서 계양산 다녀 와뜸.

계양산은 예전부터 종종 꿩대신 닭으로 오르던 산이었는데
예전에는 중턱에서 한 두어번 쉬었다가 올라갔었는데
요즘 등산을 꾸준히 하니까 휴식 없이 올라갈 수 있게 되어뜸.

평소 지도의 파란 라인으로 경인여대 앞 청용사 계단 길로 해서 올라 갔는데.  
계산고 뒤에 있는 능선 첫머리부터 올라가서 무덤가 지나고 계양산성 지나서 쭈욱 올라가뜸.
몇 년 전만 해도 무연고 무덤들 파 버린다고 딱지 붙여 놨다가 그냥 내버려 둔 거 같은데 오히려 보기가 좋음.
군데군데 계양산성 유적 발굴한다고 파 놓은 구덩이들이 있어서 야간 산행에 등산로를 벗어나면 조심해야 할 듯.

뭐 인천 부평, 계양구민들 동네 뒷산인지라 등산로도 잘 되어 있고 능선만 똑바로 따라 올라가면 되는 산인지라
가볍게 체력단련하기에 아주 좋은 산이긴 하지만 물 흐르는 계곡 이런 거는 없음.
메인 등산로는 능선까지는 돌계단이고 300고지까지는 흙이랑 바위랑 적절하게 섞여 있다가 그 위로 순 바위산임. 
 
계양산의 진가는 조망인데 김포평야에 큰 덩어리 하나로 혼자 우뚝 서 있는 산이라 조망이 진짜로 좋음.
남쪽과 동쪽으로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탁 트여 있어서 인천(부평), 부천, 서울 쪽 조망이 S급임.
하지만 서쪽으로 송신탑이 있고 높은 능선이 이어지기 때문에 능선 위로 살짝 인천 앞바다가 보이는 정도.
산 서쪽과 북쪽으로는 그린벨트에 군부대가 많은 터라 등산로나 편의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지 않음.
때문에 시가지와 붙은 남쪽이 메인 등산로가 되었음.

주말이라 체력 단련 하러 가볍게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동네 뒷산스러운 계양산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에 여념없는 분들이 몇 보이길래 보니까 정맥타는 아저씨들.
인천사는 외쿡인들도 운동삼아 종종 올라 오는지 사진기 들고 찍고 서로 사진 찍어주고 있음.

계양산이 한남정맥 상에 있어서 그런지 정맥꾼 아저씨들이 자주 올라오시는 모양인데
주변에 군부대 같은 통제구역 철조망까지 넘어서 타는 분들이 좀 있는 거 같음.
언젠가 계양산에서 수류탄이 터져서 등산객이 다친 적이 있었는데
주변에 사격장 등이 있어서 길이 아닌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은 산임.
정맥꾼 아자씨들 다음 행선지는 보나마나 남쪽에 있는 철마산일 듯. 

날이 너무 좋지 않아서 조망은 포기하고 하산길을 정남쪽(지도의 녹색 선)으로 잡으려고 했는데
능선에 취해서 걷다가 그만 장명이 고개 쪽으로 내려오고 말았음.
남쪽 등산로는 잘 눈에 띄지 않아서 지나치기 쉬운 듯.

동쪽과 달리 서쪽 능선은 인적이 적은 편인데 주말이라 그런지 통행량이 꽤 있었음.
하지만 장명이 고개 출구의 가장 큰 문제가 있었는데... 생태 터널이 생긴 거였음.
원래 철마산과 계양산은 8차선 고갯길로 단절이 되어 있었는데 에코 터널로 다시 이어졌음.
문제는 등산로 출구를 버스 정류장이 있는 터널 동쪽으로 냈어야 하는데
철조망으로 막아 놓고 서쪽으로 내는 바람에 버스 타기가 더 ㅈㄹ맞아 졌음.
비록 짧은 터널이지만 들어가기 싫어서 서쪽으로 쭈욱 걸어 갔는데
지도에서 보듯 한참 가서야 정류장이 나왔음.
 
이렇게 많이 걸을 줄 알았다면 그냥 화끈하게 정맥꾼 아저씨들 따라서 철마산 찍고 경인교대로 내려와도 될 것을.
여튼 산행을 마치고 송내로 이동해서 오케이바깥문에 가서 겨울 장비를 좀 구경하다가
지름신의 유혹을 간신히 이겨내고 집으로 돌아와뜸. 스틱 사려고 했는데. 좀 더 알아보고 사야 할 듯.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