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따위는 없ㅋ엉ㅋ. 저주받은 수전증+카메라 고장. 섭섭해서 동호회 사람이 찍어준 세석 짬통 사열식 올려요.
- 텍스트의 압박 심함.
- 둘째날은 귀찮아서 내일 마저 써서 올리겠어요.
0. intro
참 오래간만에 가는 지리산... 그 설레임 때문인지 구례구로 가는 기차에서 한숨도 제대로 못잤다. 뭐 옆에서 자꾸 머리를 내 어께에 기대는 이름 모를 처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컨디션은 中下. 설상 가상으로 돈못뽑고 행동식 보충도 제대로 못했다. 양갱 10개는 더 샀었어야 되는데...
1. 성삼재-연하천
성삼재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화장실에서 정비를 하고 올라가기로 했다. 간단히 준비운동을 하고, 스패츠, 체인젠, 스틱을 준비하였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올라가는 길은 매우 쉬우나, 살얼음이 얼어있어서 상당히 위험했다. 추울 줄 알고 옷을 껴입고 올라갔던 터라 옷이 다 젖어버렸다. 젖은 옷을 말리고 요기도 할겸 하여 노고단 대피소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는 먼저 올라오신 분 2명과 전날 노고산 대피소에서 1박하신 2분 총 4명이 먼저 와 있었다. 땀이 식자 추위와 허기가 몰려왔다. 허겁지겁 초코바 2개와 양갱 2개를 먹는다. 간헐적으로 돌아가는 온풍기에 소프트쉘 자켓을 말려본다. 졸려서 꾸벅꾸벅 졸다 보니, 다음 기차로 도착한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노련해보이시는 어르신 뒤에 빌붙기로 하고, 노고산 대피소를 나선다.
돼지령, 임걸령, 노루목, 화개재까지 미친듯이 치고 달렸다. 어두울 때 최대한 많이 가둬야 한다. 중간중간에 어르신의 대간 경험담도 듣고, 먼저 출발한 분들도 만나고 하면서 야간 산행을 즐긴다. 화개재를 지나자 해가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토끼봉을 넘고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할 즈음이 되자 체력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도 고프고, 잠도 못자고 해서인지 꾸벅꾸벅 졸리기 시작한다. 초코바 2개, 양갱 2개를 먹고 대피소에서 20분 정도 잠을 잔다. 그 사이 어르신께서는 먼저 출발하신듯 하다. 원래는 연하천 대피소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했으나, 일행이 너무 심심하다고 먼저 출발을 해버렸다 ㅡㅡ;;; 결국 세석에 도착할때까지 못 따라잡았다. 얼른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출발을 하였다.
2. 연하천 - 세석
형제봉을 넘어 벽소령에 도착하였다. 벽소령에서 스팀팩(이라고 쓰고 콜라라고 읽는다)을 섭취하고, 바로 세석으로 진행한다. 벽소령을 나서면 1023 지방도와 겹쳐지는 임도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길이다. 여전히 싸래기눈이 신나게 날리고 있다. 자켓의 후드를 다시 한번 여며본다. 덥다고 자켓 모자를 벗었더니 비니에 눈이 쌓여서 축축하다. 다행히 손발은 하나도 시리지 않다. 장갑은 오케이표 2500원짜리 목장갑 하나 꼈을 뿐인데... 힘들고 배고프지만 부지런히 덕평봉을 오른다. 덕평봉을 조금 지나면 바로 선비샘이 나온다. 선비샘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칠선봉까지만 오르면 세석까지는 금방이다. 칠선봉에서 영신봉을 가다 보면 골짜기 너머 저~~~~~편에 세석대피소가 보인다. 이때부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한번 시야에 들어왔던 길인데 한참을 더 걸어야 되니 말이다. 게거품을 물고 영신봉을 넘는다. 신나게 내리막길을 걷는다. 내려가다 보니 맨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사람이 보인다.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근육이완제를 건넨다. 어찌 되었던 간에, 세석까지는 가야 탈출로가 있으니 해지기 전에는 꼭 세석까지 오셔야 된다고 얘기를 해주고 먼저 출발한다. 로프 묶인 말뚝이 보이는 걸 보니 세석대피소에 다 온듯 하다. 세석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50분. 먼저 출발한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로비로 내려오라고 한다.
로비로 친구를 불러냈더니 발시렵다고 난리를 친다. 급히 배낭에서 여름 침낭을 빼서 건네준다. 나는 배낭 뽕으로 쓰려고 넣은 1/4로 자른 발포 매트리스를 방석으로 쓴다. 대피소 직원이 매점쪽에 보이길래 바로 가서 대피소 예약 확인을 받고 모포 이용권을 끊는다. 계속 노닥거리다가 밥 빨리 먹고 빨리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하여 식사를 한다. 저녁 메뉴는 돼지 앞다리살 구이+오뎅탕. 아뿔싸 나무 수저를 두고 왔다. 백마 코펠, 후라이팬은 코팅이 쎄서 잘 달라붙지 않아서 좋지만, 쇠젓가락은 코팅을 벗겨내서 좋지가 않다. 옆에서 급히 나무젓가락을 빌려서 고기를 굽는다. 쌈채소나 쌈장은 귀찮아서 패스. 간단히 허브솔트로 간을 해본다. 고기를 순식간에 다 구워먹고 오뎅탕을 끓여본다. 요즘 오뎅탕에는 스프도 다 들어있어서 간하기도 쉽다. 오뎅탕까지 해치웠더니 배가 터질듯 하다. 마무리는 역시 커피. 이번에 구입한 주전자를 개시해본다. 0.9L짜리인데 백마 A대형 코펠 바닥에 딱 맞게 수납이 되서 좋다. 가스 버너도 파워차져를 달아줬더니 추운 날씨에도 화력이 좋다. 커피를 들고 친구와 취사장 밖으로 나간다. 하늘에 눈은 그쳤지만, 아직 구름이 많다. 일기예보상에는 내일 날씨는 맑다고 했었는데... 걱정반 기대반으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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