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오전에 페디로 내려왔어. 악동오인조는 없더군.
기사가 택시를 타라고 조르는데 버스를 타 볼까 정류장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어.
25인승 버스가 지나가길래 버스기사한테 포카라? 라고 물으니 저 앞에 버스를 세워줬어.

노선번호나 정류장 이런거 따로없고 손들면 세워주는 시스템인 것 같더군.
하기야 길이 하나 뿐이니 그길로 가면 다 포카라를 거치게 되겠지.
차는 널널해서 앞쪽에 두세줄만 사람들이 앉아있었어.
차장이 할아버진데 말이 안 통해. 옆에 앉은 네팔청년이 20루피, 무지싸죠? 라고 하더군.

네팔청년이 자꾸 이야기를 시키는데 서로 영어가 약해서 말이 잘 안 통했어.
포카라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렸어.
그 청년이 창문밖으로 레이크사이드로 가려면 다음버스를 타고 10루피를 내라고 일러주더군.

다음버스가 왔는데 만원이라 도저히 탈 자리가 없었어.
앞자리에 앉아있던 젊은여인이 차장 옆에 불어서면서 자리를 만들어줬어.
외국인에게 황송하리만치 친절한 사람들이더군...

뭐가 잘못됬는지 15루피를 주고 내려서 또 13루피짜리 버스로 갈아타서 레이크사이드에 도착했어.
그 동안 내 손을 잡고 길을 안내해주던 할머니에게 사과 몇개를 드렸지.
고맙다면서 기념품 보따리를 풀면서 구경하라는데 사양했어.
길가에 좌판을 벌리고 기념품을 파는 할머니였는데 하나 팔아드리지 않은게 마음에 걸리네.

골목길과 페와호수를 느릿느릿 걸어다녔어.
낚시를 드리운 젊은이들이 몇 있었는데 물고기를 잡은 사람은 없더군.
오후가 되니 또 비가 쏟아졌어. 건기라는데 처음 며칠 빼고 매일 비가 온 것 같아.

비를 피해 가까운 음식점에 들어갔어.
비내리는 거리를 보며 칠리치킨에 맥주를 마셨지.
술이 좀 들어가니 무사히 트레킹을 마쳤다는 감동같은 것이 가슴에서 북받쳐 올랐어.

숙소를 정하고 다음날 카트만두행 버스표를 예매하고 레이크사이드를 쏘다녔어.
음식점, 기념품가게, 환전및 관광안내소의 무한 반복이더군.

저녁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 스테이크를 먹기로 햇어.
된장찌개 먹을 돈에서 100루피 정도만 더 보태면 되니까...
양은 엄청 많았는데 맛은 별로였어.

사진/ 야채과게, 푸줏간, 페와호수, 칠리치킨먹은 식당 .


오늘의 팁/
포카라에는 음식점이 워낙 많다보니 대부분 한산한데 유독 몇곳만 붐비는 것 같아.
내가 모르는 어떤 전세계 트레커들의 네트워크에서 유명세를 탄 곳이겠지.
이런데서 먹으면 맛이나 가격에서 실망할 일은 별로 없을텐데...

이렇게 붐비는 곳이 싫고 좀 조용하게 맛있는 것을 먹고싶다면 낮에 칠리치킨을 먹은 그집을 소개하고 싶어.
좀 비싼 편이지만 여주인도 적당히 친절하고 음식도 깔끔하고 맛도 한 차원 고급스러운 것 같아서...
공항에서 레이크사이드를 따라 죽 가다보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그대로 직진해서 백미터쯤 가면 왼쪽에 있고 마지막 사진이 그 간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