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에 지리산 눈꽃 구경을 실컷 한 뒤로 요상하게 겨울산과 인연을 맺지 못하더니,

-몇번 계획을 잡았지만 1. 마나님의 급감기 2. 해외출장 3. 폭설 요런 크리로 꽝ㅠ-

31절 연휴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콱 질렀습니다~

맘 같아서는 설악산에 가고 싶었으나 경방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라 이미 대피소는 꽉꽉ㅠㅠㅠ




하여 이번 행선지로 결정한 건 진부.




산행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진고개.

지난 6월에는 진고개에서 동쪽으로 해서 노인봉-소금강으로 갔지만...


 

진고개휴게소에 만들어 놓은 이글루???




자, 동대산 방향으로 출발~




봄이 코앞이니 눈꽃은 있을 리가 없고.

기온도 말이 영하 5도지, 영상이나 다름 없던 쾌청한 날씨.

그러나,


 

살짝 산길을 벗어나버렸더니만...




허리까지 파고드는 눈더미에서 허우적~

저렇게 100m만 진행해도 진이 다 빠질 듯.




다행히도 산길을 찾아서 안전산행 모드로.



뭐, 다 녹고 남은 적설량은 고작 90cm 정도???




대표적인 육산답게 동대산까지의 1.7km는 처음 허리춤까지 빠진 데서 허우적거릴 때 빼고는 평탄하기 서울역에 그지없는 코스.

노인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래도 동대산까지 올라온 분들은 좀 있었던 듯.



저기가 대관령 쪽이던가...?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얗던 바닥에 영역 표시 한번 해주고.

기왕 내친 걸음. 두로봉 방향으로 한번 가본다.

끝까지 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애저녁에 안했지만 어쨌든.




윽, 이쪽은 겨우내 산행객이 전무하다 싶은 곳이라서 그런지 장난 아니다ㅠㅠ


 

1m 가까이 빠진 곳에서도 마냥 즐거운 마나님.




이걸 러셀이라고 하고 있는 건지-_-;




아까도 노인봉이 오른쪽 바로 옆에 보였는데, 여전히 바로 옆 오른쪽-_-;



괜히 객기 부리지 말고 작은 봉우리 하나만 찍고 돌아오기로 한다.

인적이 정말정말정말 뜸했음을 보여주는 순결하다시피 한 바닥.




꽤나 멀어 보이는 오대산 주능선.




지난 이의 흔적 하나 없는 저 눈밭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한번 재보자.



신기한 일이다.

90kg 가까운 체중으로 눌러도 발목도 안 빠지던 눈밭.

스틱을 꽂으니 120cm가 쑤~욱ㄷㄷㄷ




에라이, 벌러덩~

눈밭 구경은 실컷 했으니 괜히 두로봉까지 간다고 객기 부리지 말고 동피골 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지나가는 이 하나 없이 눈만 실컷 쌓여 있는 길이라 맘 같아서는 주루룩 미끄러져 내려오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경사가 너무 완만하다-_-;


 

동피골로 내려오는 길은 서향이라서 그런가 햇빛을 직빵으로 받는 쪽은 저렇게 맨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옆에서 바라보니 그동안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 것도 같다.




거진 다 내려오니 이렇게 산죽이 파릇파릇한 곳도 눈에 띈다.




그래도 햇빛과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면 이렇게 눈이 잔뜩.




동피골계곡.

계곡 자체는 크게 대단하지 않으나 좌우에 좌악 펼쳐진 침엽수림은 따라걷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만큼 운치 있다.

이날 마주친 산행객의 수는 0명.

걸은 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참으로 뜻깊은 추억이 많았던 걸음이었다.


이제 월정사로 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