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4일
눈,바람,흐렸다맑아짐,추위
구인월마을(04:30) - 덕두봉(07:00) - (알바 두시간) - 바래봉(10:00) - 바래봉삼거리 - 용산리주차장(13:30)
갈때 :
동서울-인월, 고속버스, 00:00-03:20, 21000원
인월터미널-구인월덕두봉들머리, 걸어서 30분
올때 :
용산리주차장-인월터미널, 택시두대, 대당만원
인월-동서울, 고속버스, 15:15-19:00, 19500원
※ 여섯명
※ 중간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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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예보, 비온 뒤 산행 당일 갠다고하네요
구름운자에 바다해자가 살짝 떠오르기도 합니다
입밖으로는 안꺼냅니다 생각도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정타더군요
▼ 비가 옵니다, 산에서는 오지 않아야 할텐데요, 늘 함께해주는 든든한 배낭님
제 옆자리에 굉장히 예쁜분이 앉으셨더군요 '다섯살만 어렸어도..'
라는 되도않는 생각을 한번 하고
귀마개 꽂고 굿나잇
하려고 했지만 항상 그러던대로 일이십분쯤 눈 붙인듯 합니다
잠깐 꿈을 꾼것 같기도 합니다
잠에서 깨어난 산객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스승이 걱정이 되어 등산객에게 물었다
- 왜 우느냐
- 꿈을 꾸었습니다
- 예상치못한 격렬한 장운동으로 산길 좌우를 살피는 꿈을 꾸었느냐?
- 아닙니다
- 그럼 배낭속에서 김치봉다리가 터지는 꿈을 꾸었느냐?
- 아닙니다
- 그럼 어떤 꿈을 꾸었느냐
- 능선에 오르는 순간 눈물날듯한 운해와 일출을 보는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은 기이하여 다시 물었다
- 그런데 어이하여 눈물을 흘리느냐
그러자 산객은 답했다
-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 출발하는데 진눈깨비가 옵니다, 마을 정자에 들어가서 잦아들길기를 30여분 기다립니다, 버너코펠은 난방용
▼ 산행시작 (04:30)
▼ 레알야등
▼ 동이 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 후~ 라는 가끔 나도모르게 문득 떠오르는 어떤 노래가 생각날듯한 시간 (06:20)
▼ 흥부골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이랑 만나는 곳
▼ 덕두봉 (07:00)
눈이 조금 날리고
바람이 조금 많이 불고
그래서 조금 쌀쌀하긴 하였지만
별 어려움 없이 덕두봉을 지나고
바래봉을 향해서 갑니다
태극종주하는 사람들 말고는 굳이 여기로는 잘 다니지 않는것으로 알고있고
며칠 눈이 왔는지 쌓여서 길이 희미하더군요
잡나무들이 군데군데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그래도 바래봉까지는 얼마안되는 거리이고 (1.6km)
두어번 왔던 곳이라 그다지 긴장은 되지않고 눈길이 즐겁습니다
앞서가던 두분
- "길이 안보여요"
- '?? 무슨 말이야'
앞으로 가보니 정말 길이 없더군요
- '아 시발 머고이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멍청하고 이해가 안되는 행동인데
저때는 속에 자만심이 있었나봅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이런마음..
디카를 배낭 깊숙히 넣고 나침반을 꺼내고 스패츠를 차고
'전투준비' 이런마음.. (미쳤군요)
아무튼
참으로 오랜만에 신중한 판단과 저를 도와줄 식스센스가 필요한 산길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나침반으로 가야할 바래봉 방향인 남쪽 확인
그리고 능선사면으로 헤치고 내려가면서 온신경을 길이나 표지기, 떨어진 쓰레기 찾는것에 집중합니다
내려가는데 저 아래 길같은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침반은 거기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니라고 하네요
반면 남쪽은 얕은 능선으로 막혀있습니다
눈 오고, 바람불고, 생각하느라 잠시 걸음 멈추면 바로 추워지고, 안개때문에 독도는 무용지물
그렇게 뒷분들 조금 기다리시라 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순간 오래된 빨간 표지기 하나가 보이더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길 찾았어요~~~" 하고 조금 더 내려가보니
고로쇠 물 받는 통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정규 등산로가 아니라는 말이겠죠)
'아........'
한두분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막혀있는 능선으로 올라가볼까' 생각하면서 조금 더 가봅니다
다른분들 뒤에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그 와중에 봉이는 졸졸 잘 따라옴
"무섭거나 불안한 마음 드나?", "아니요"ㅋㅋㅋㅋㅋㅋㅋ
길 나올거란 확신은 안생기고 바람이 심해서 조금전에 지나온 발자국들도 사라지려고 합니다
그때서야 판단력이 제기능을 발휘한건지 결심이 섭니다
'빽하자'
잘가시는 두분 앞서가시라고 하고
봉이 따라가고
저와 나머지 둘 뒤
시야간격 유지하면서 내려왔던 길 그대로 다시 올라갑니다
다섯분 고생하시는 모습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확실한 길이었던 [구조위치번호 지북 38-06] 말뚝까지 빽
지리산사무소에 물어보고 길 찾으면 가고 못찾으면 출발했던 구인월마을로 다시 내려갈
최악같지만 어쩌면 최선일수도 있는 마지막 방법도 생각 해 둡니다
사무소에 전화 (이 구간 지금 통제기간이라 좀 민망하긴 했지만 일단 살고보자는.. ㅡㅡ)
다행스럽게도 전화는 잘 터지더군요
지금 거기 왜 갔냐고 혼날줄 알았는데 친절히 도움을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 010-XXXX-1915 요
- 1915 어디서 많이 들어본 숫자인데요~ ㅎㅎ
- 네 맞습니다 하하
뭐 이렇게 통화는 나름 정겨운 분위기
말뚝에서 조금 들어가다 오른쪽으로 얕은 갈래길이 있습니다
(표시리본 달린 나뭇가지가 부러져서 땅에 떨어져 생각없이 걷다보면 길 놓치기 쉽상이더군요)
두시간의 삽질은 일단 끝이난듯 합니다
조심조심 길 찾으면서 바래봉까지 갑니다.. ㅡㅡ
띨띨한 저때문에 고생을 시켜드리고
어쩌면 위험한 상황으로 들어갈뻔 할수도 있던 장면을 연출하여서
모두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동그라미 주변에서 헤매지 않았을까 합니다
▼ 바래봉 가는 길, 정신줄 잡고
▼ 음..
▼ 손이 시렵지만 그래도 인증샷은 남겨야겠죠 (10:00)
▼ 눈안개속으로 사라지는 .. 맬러리와 어빈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 다행히 샘은 안얼었네요, 밑에 숲속에서 밥먹음
더이상 안가고 여기에서 용산리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밥먹고 있으니 해가 나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니 또 간사하게 더 갈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람이 정말 많이 불고 사람들 신발이랑 장갑도 다 젖어서
하산하기로
아 춥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뭐 좀 먹고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 바래봉삼거리에서 하산
▼ 원래 계획이었던 길, 팔랑치 방향 (원계획 : 덕두봉-바래봉-큰고리봉-고기리)
▼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봅니다
▼ 자꾸 돌아보게 되지만
▼ 정말 하산
▼ 한번 더 ㅋ
▼ 멀리 아름다운 백두대간 줄기, 언젠가 저의 두발로 다 걷게 될 날이 있겠죠?
▼ 세팅중
▼ 안녕 지리산
▼ 포근한 운봉벌판, 이성계장군님이 원숭이떼를 찰지게 도륙하셨을 그곳
▼ 조금 피곤함이 느껴집니다
<혐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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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한 발ㅋ, 양말 갈아신으면서
▼ 산행 끝 (13:30)
▼ 함께한 산우들의 배낭
▼ 이런곳에서 먹으니 더 맛있습니다
▼ 서울와서 뽀글뽀글과 함께
▼ 바래봉에서 퍼온 물로 하루이틀 더 지리산 정to the기 유지
※ 산행 고찰
- 길이 확실하지 않으면 힘들고 더 가보고싶은 유혹이 생기더라도 확실했던 위치까지 다시 빽
- 산이나 날씨 앞에서 자신감, 자만심 금물
- 체력이나 근성으로 덤비면 자칫 큰 화를 달할수도.. 판단력,준비,경험,공부 중요
- 가본 길이라도 특수한 상황(눈,안개,비)에서는 전혀 다른산으로 돌변
- 봄이라도 1000미터 이상 산에서는 팀전원 눈,비 철저히 대비(아이젠 스패츠 방수자켓 방수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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