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19] 설악산 (1)

등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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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사, 너 향수.화장품갤러리 오지 말라고 그랬다 양심의 각질이나 제거해라그리고 네놈 친구인 211.176도 함께 데리고 꺼져 작성자 : ㅇㅇ

닉은무슨

2013.01.29 17:14:18

조회 908 추천 3 댓글 11

다녀온지 벌써 열흘이나 지났네요. 사진이나 후딱 와장창 풀어보렵니다.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사람들은 한계령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어요. 오색으로 오르긴 싫잖아요.

大寒을 하루 앞둔 날치고는 날씨가 무지 따뜻했어요. 출발할 때 말고는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진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 저 앞의 아저씨는 반바지만 걸친 채 출발하시네요. 끄아~~

우리는 그래도 온몸을 꽁꽁 싸매고 출발했지요.

하지만 500m 만에 속자켓 하나는 벗어야 했어요.ㅋ

서방은 출발한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졸린가봐요ㅋ

이틀 전까지 폭설로 산행이 통제될 만큼 설악산엔 눈이 많이 쏟아졌었대요.

하지만 설악산은 바람이 너무 세서 눈꽃이 남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눈 때문에 흔적도 보이질 않는 저 계곡을 따라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능선바람에 온통 눈발이 휘날려도 하늘색은 저렇게 깨끗했어요.

사람들 발자국에서 몇발짝만 벗어나면 저렇게 돼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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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계령 능선삼거리까지 거의 다 왔어요.

능선에서 올려다본 하늘과 눈덮인 바위산은 너무나 예뻤어요.

엄마야, 아까 그 아저씨는 덥다고 그나마 걸치고 계시던 반바지까지 훌러덩~~~

이분이 보셨다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It's a symptom.'

백설기에 쑥이 버무려진 것 같아요.

눈꽃은 없지만 그래도 가지마다 아슬아슬하게 코팅은 되어 있어요.

날씨는 맑았지만 눈높이 아래는 눈발 때문에 내내 뿌옇게만 보였답니다.

그래도 저기 중청, 끝청, 대청은 보이네요.

묘하게도 귀때기청봉은 끝까지 안 보이더군요.

눈으로 만들어진 절리예요.

여름보다 평균 1m 이상씩 눈높이가 높아지는 바람에 내내 눈가에 나뭇가지가 거슬렸어요.

여름엔 이랬던 나무가,

지금은 요래 되었으니까요.

끝청에 이르도록 귀때기는 보일듯 말듯.

그래도 끝청에 오면 용아장릉하고 봉정암은 꼭 찍어줘야 해요.

끝청에서 바라보는 중청, 대청은 언제 봐도 기분 좋아요.

이제 대청봉이 코앞이예요.

순식간에 끝청이 저기까지 달아나 버렸어요.

중청 축구공까지도 한달음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기 봉우리만 빼꼼하게 보이는 건 점봉산일까요???

대청봉 아래 평전에서 뛰어놀고 싶지만 그럼 혼나겠죠??

이제 다 왔어요. 저기 울산바위도 보이잖아요.

여기도 저만큼은 눈높이가 높아졌네요.

좀 뿌옇긴 해도 공룡능선에서 미시령까지 한눈에 보여요.

오마나? 못보던 데크가 생겼네요? 가을에 대청봉 쪽은 안 와봤더니 그새 이런 걸 만들었나봐요.

재작년 이맘 때 여기 왔을 때는 -26도였어요.

그래서 저렇게밖에 증명사진을 못 찍었었어요.

하지만 이날은 -8도 밖에 안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날씨가 따뜻하다 해도 한겨울에 대청봉 바람을 마냥 두드려맞고 싶진 않아요.

후딱 증명사진만 찍고 내려가기로 해요.

중청을 뒤덮은 눈 색이 너무 예뻤어요.

저 공룡능선을 덮은 눈도 좋네요.

비록 때깔 안 나는 생수통에 담아왔지만, (벌써 알콜이 올라왔나, 사진이 엉망이예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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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래보여도 52도 짜리 제법 비싼 술이었어요.

옆자리에 앉아서 고기 구워 먹던 50대 아줌마/아저씨들에게 한잔 권해봤어요.

아줌마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소주예요?' 하고 안 받길래 '수정방입니다' 했더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수정방?' 하고 놀라면서 냅다 채 갔어요. ㅋ

희운각대피소 예약을 못한 탓에 이날은 중청까지만 걷고 일찌감치 저녁 먹고 딩굴딩굴하다 잠들었어요.

신나게 눈썰매 타고 내려온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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