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동네산 위주로 산행을 다니다

2014년은 멀리 길게 다니리라 마음먹고

새해 첫 산행은 연인명지를 갈까 광청종주를 할까 생각하던 중

간만에 중국에서 돌아온

친구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덕유산을 가기로 했습니다.

전날  삿갓재대피소를 예약하고 차편을 알아보니

동서울에서 서상가는건 첫차가 12시라 시간이 안맞아

함양행 7시 첫차를 타고 함양으로 갔네요.

함양터미널 옆 농어촌버스터미널 가면

서상 가는 버스가 있는데 가끔 영각사까지 가는 것도 있습니다.

보통 서울서 가면 10시30분 서상행을 타고

서상에서 택시들 타고 들어가신다네요.

친구가 저보다 30분 늦게 도착하여 교통편을 고민하다

영각사 들어가는 1시 30분 차를 타기로 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 먹고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가만 생각해 보니

1시 30분 차 타면 대피소 도착시간이 늦어도 너무 늦네요.

뭔가 시간에 대한 착각을 했어요.

버스로 영각사 까지 1시간이고

박배낭 메고 삿갓재대피소 가려면 최소 7시간...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영각사까지 가봅니다.

4만원 다 나오네요.

서상가는 버스타고 서상에서 점심 먹고 택시로 영각사 가는게 훨씬 나은 선택입니다.

  입산시간이 조금 늦은 듯 하니 야간산행은 각오합니다.

더구나 중국에서 일하느라 아주 오랜만에 산에 온 친구는

자신을 시험해 보기 위해 배낭에 여러 장비를 잔뜩 넣어 왔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영각사 하산시 16시 45분 버스를  타야 서상에서 동서울로 바로 갈 수 있다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초반 산행은 겨울 날씨답지 않게 날이 포근하고 길도 완만하여

소풍가는 기분입니다.

고도를 높일수록 눈이 조금씩  많아지네요.

친구가 사진 찍히는걸 좋아해서 많이 찍어줬어요.

철계단과 첫 만남!  길고 아름답네요.

이쯤 올라오자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3번이나 각기 다른 이유로 남덕유까지 못 가본터라

남덕유 정상에 가까울수록 뭔가

감개무량(?)합니다.

덕유산과 남덕유산은 풍경이 많이 다르더군요.

워낙 천천히 온지라 해는 이미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영각사에서 출발하기를 잘했습니다.

괜한 오기로  삼공리에서 올랐다가

또 어떤 이유로 남덕유까지 못다다르면

이런 풍경을 못 봤겠지요.

곧 정상~

바위도 주황빛으로 물드는 시간

친구는 큰 배낭을 메고 저는 55리터 중간짜리 배낭을 메니

 이동속도가 얼추 맞는 듯

정상에 다다르니 주변 풍경도 좋네요.

그간 세번~  이곳까지 오려다 못 왔던 남덕유에 올랐네요.

인증 사진 놀이 좀 하다가 아쉬운 마음을 접고

삿갓재를 향합니다.

 2013년의 마지막 지는 해를 남덕유에서

천천히 보고 싶었으나 대피소에 너무 늦게 도착하면 다음 날 산행에 지장이 클까봐

미리 대피소에 연락을 해두고 서둘러 길을 떠납니다.

대피소에 도착하여 간단히 저녁을 먹는데

술은 별로 안마셨네요. 몸도 피곤했지만

다음 날 산행에 지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는지 잘 안들어가더군요.

무룡산에서 일출을 맞이하려는 분들이 새벽같이 빠져나가고

일출보는거에 무심한 저와 친구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뒤 길을 나섰는데

대피소 앞마당에서 해 뜨는걸 맞이 했네요.

그것도 그냥 지나쳐 가려는걸 공단직원 분이

사람들 여럿 몰려 일출 맞이하는 사진을 찍어야한다고 하셔서

협조차원에서 일출 구경~

구경하길 잘 했어요.

한참 구경하다가 무룡산을 향해 출발합니다.

날씨는 춥지도 너무 푹하지도 않습니다.

겨울 산행치고는 아주 수월했네요.

멀리서 산과 하나가된 친구의 모습을 담아보려

한참 뒤쳐져 보기도 하고  앞장 서 가보기도 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덕유능선의 차가운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고

당겨오기 시작합니다.

기온이 아주 낮지 않아 다행이었네요.

구름이 끼었다가 하늘이 파랗다가를 반복합니다.

고운 밀가루처럼 보이는 눈은 가끔  아이젠을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찬바람에 상고대가 조각나며 얼굴을 때리는 통에 얼굴이  따끔따끔했네요.

 새벽 일찍 출발했더라면 못보았을 풍경입니다.

남덕유가 구름에 덮여 제 모습을 안보여주더군요.

아주 잠깐 모습을 드러냅니다.

무룡산에 다 와갑니다.

사진 찍히는거 참 좋아해요.

구름이 없어질 듯 없어질 듯 계속 생겨나더니

곧 흐려질 기세입니다.

아직까지는 눈부시게 파란 하늘

몇 해만에 큰 배낭 메고 가느라 많이 힘들어 하던 친구입니다.

천천히 가는 수 밖에...

구경할거 다하며 천천히 천천히~

설령 전처럼 중간에 안성으로 내려가더라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남덕유 구경은 이미하고 왔으니까...

무룡산 인증샷~

좀 쉬다가 또 천천히 가봅니다.

저기 이번 산행의 종착지인 향적봉 설천봉이 구름 속에 있네요.

남덕유도 한번 더 봐주고

급격히 흐려지는 날씨에

이러다 악천후가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네요.

쉬는 동안 등갤 홍보

동엽령에서 따듯한 커피한잔씩 하고~

향적봉을 향해갑니다.

아직 컨디션이 좋습니다. 무난하게 산행을 마치겠다 싶어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고도가 더 높아져서인지 나무종류때문인지

떡진나무가 좀 더 늘기 시작하네요.

지나온 길~

조금씩 더 속도가 느려지는 친구...

덕분에 사진은 원껏 찍어 봅니다.

너무 지쳐하길래 배낭을 바꿔 맸습니다.

배낭 좋긴 좋더군요.

중봉 가는길은  바람이 너무 거세어 몸이 뒤뚱뒤뚱했네요.

중봉 삼거리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향적봉 가는길에는 이런 나무들이 많습니다.

구두신고 올라오신분들도 있고

정상은 사람 많아서 패쓰~

체력이 많이 소진된데다

귀가하는 차편이 애매할거 같아 곤도라로 하산했는데

40분정도는 줄섰네요.

안 시렵던 손발이 시렵더군요.

하산하여 차편을 알아보니 

서울이나 대전등 각지로 가는 스키장셔틀은 네시경이면

끝난다니 포기하고 무주나 삼공리 나오는 셔틀이 있으나

자주 없는 편이라해서 포기하고

택시타고 무주 터미널로 왔습니다.

그래도 친구와 하산주는 해야할거 같아 

6시 45분 서울행 막차를 포기하고

일곱시 넘어있던 대전행버스를 타고 대전복합터미널로 왔네요.

서울 오시는분들 버스 놓치면 이 결로로 올라 오면 될 듯 합니다.

신년 첫 산행을 사고 없이, 퍼지지 않고

무탈하게 하게 되서 기쁘네요.

몇 해간 맘속에 걸려있던 덕유산의 불운도 씻어냈구요.

등갤러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탈한 산행 이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