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좋은점이 있다면 산에 올라 땀을 한바가지 흘리는게 유일한 장점인것 같다

그래서 여름이면 동네산에 가끔 오른다

근데 전에는 안보이던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호미 하나 들고 등산로를 정비하신다

두어번 마주치고는 고생많으시다고 인사를 건네니 들은척만척 일만 하더라

귀가 조금 안좋단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는 라디오를 보통보다 크게 틀어놓고 일을 한다

며칠전 또 산에 올라 약수터에 있으니 그 할아버지 씩씩거리며 약수터에 오더니

누가 땀 닦을려고 걸쳐둔 수건을 들고 갔다고 하소연을 하신다

아이고 못된사람이 다 있네요 하고 위로를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 라디오는 여전히 소리가 크다)

그때 다른 할아버지가 오더니 (동네산에 오는데 아주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

"예의도 모르나 무슨 라디오를 그렇게 시끄럽게 듣나" 한소리 하더라

그러나 귀가안좋은 할아버지한테는 안들렸던 모양 ..

나한테 "산에 오면 예의를 지켜야지 이거야 시끄러워서 ... " 하며 동의를 구한다

나도 산에서 라디오소리 싫어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등산로정비하는 할아버지의 라디오소리

깨끗해진 등산로 보며 길좋다 하며 기분좋게 산에 온 다른 할아버지

그런데 그 라디오소리때문에 기분이 안좋아졌겠지

나는 아무말 없이 그 자리를 피했다 (등산로정비 할아버지가 빨리 내려갔기에)

그리고 한참후 깨끗한 등산로를 내려오며 이런게 세상이구나 궁시렁거리며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