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40대 아재다. 금정구가 동래구일때부터 금정산 아랫동네에서 살았고 애가 곧 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본가와 처가가 지하철 장전역 인근이다.

금정산은 나에게는 그야말로 동네 뒷산이다. 폐쇄된 저수지에 거북이 잡으러 갔다가 빠져 죽을뻔도 하고...계곡에서 돌 치기 해서 가재도 잡던....

도롱뇽 알이며 개구리알 주으러 다니기도 하고...

개구멍 넘어서 동래 유스호스텔쪽으로 들어가서 식물원 공짜로 보기도 하고..그런데였다.

금정산 고당봉 주능선길...모르긴 몰라도 100번은 가봤을거다. 명절에 할 일 없으면 금정산 올라가고...애들 데리고 본가나 처가갔다가 몸 찌뿌둥하면 일요일 새벽에 올라갔다 온다. 어릴때에는 그냥 금정산을 누비면서 놀았다.

그런데 이런 산도..해 지니 다른 곳이더라.

5년 전인지 6년전인지 가물거리는데...

동문 근처 평상에서 돗자리 깔고 자다가 늦게 일어난 적이 있었다. 해 질려면 두어시간 쯤은 남았더라. 

그냥 동문 버스 정류장 가서 버스 탔으면 되었는데 무슨 만용인지...예그린 아파트 쪽으로 내려갈거라고..주능선 타고 가다가 내려가는 길 

접어 들었는데 해 져 버리더라....스마트폰 켜서 어찌어쩌 왔는데....정말..이러다가 조난 당하는구나..금정산에서 조난 당하면 개쪽인데..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물론 초가울이고..날씨도 춥지 않아서 그럭저럭 내려왔지만..그리고 도심 근처 산이다보니 아랫쪽 불빛을 이정표삼아 내려왔지만

한 겨울에 시골에 있는 큰 산이었으면 어땠을까?

이후 내 배낭에는 항상 헤드랜턴이 들어가 있다. 

장비라는 건 그렇다. 있으면 좋고 없음 말고 일수도 있지만 그게 필수인지 아닌지는 남이 아닌 내가 결정하는것이다. 그것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도 당연히 남에게 강탈하거나 얻은 것이 아닌 내 돈이고...

남이 뭘 사건 뭘 입건 뭘 들건 뭘 신건 왈가왈부 하지 마라. 그리고 그 왈가왈부를 통해 나는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우월감을 느끼려 하지마라.

그러면 니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뽐거지들과 똑같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