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 일과는 대충 이러하다
8시 반에 눈을 뜨면 오트밀에 아몬드 크랜베리를 한줌 씩 넣고 물을 부은 뒤 렌지에 돌려 놓는다
그 사이에 씻는데 여름철에는 샤워를 했지만 이젠 추워서 세수만 한다 이 건물은 웃풍이 유난히 드세다
죽처럼 된 오트밀을 먹는다 맛은 없다

출근하면 사장이 기다린다 코가 굉장히 큰 사내지만 정력은 볼품 없어 보인다
사십대 후반에 독신이고 키가 작다
젊을 때 음악을 했다는데 무슨 음악을 했는지는 모른다 내가 아는 건 그의 집이 잘 살았다는 것이다
이 편의점은 사장의 첫 사회체험인 셈이다
세상이 이렇다

편의점 업무는 출근 직후 ff 정리 삼십 분
자정 너머 센터 물류 정리 한 시간이면 끝이 난다
나머지는 자유 시간이다 보통 책을 읽는다
아침에는 마음이 신선한듯 우울해진다
편의점 위치가 십자로의 중심점이라서 그럴까
이쪽은 오래된 주택가 저쪽에는 신축 건물이 운집해 있다
허물고 쌓아 올리는 인부들과 말쑥한 직장인들이 교차한다
나는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고 이 사회를 움직이는 구성원리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처럼 외면한다
퇴근하면 운동을 한다 그러니까 운동은 내가 이 사회에 걸쳐 있다고 되뇌는 세뇌 같은 거다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보는 몸매와 흡사한 몸을 만들고 감상하면 언제든 사회에 뛰어들 수 있겠다는 유쾌한 착각을 할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여자와 톡을 한다
나는 유부녀 또는 임자 있는 여자를 선호하는데 굳이 사기칠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
내 목적이 뭔지는 다 안다 이런저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잠깐 감정을 섞자 묘한 정조를 띈다
이것이 가짜가 아니고 우리 관계가 더 진실할 수 있다는
불쾌한 착각
자야 한다고 말한다
잠은 안 오겠지만
  
그리고 지금 똥을 누면서 나는 편갤에 로그인을 한 것이다
내가 유튜브에서 본 영상은 지디병으로 유명한 찬열이 쇼미더머니 10에서 피처링을 한 부분이다
댓글 반응이 호평 일색이다 천재는 천재라는둥

세상이 무섭구만

그런 느낌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못 쫓아가겠다
대충 영어 발음을 네이티브처럼 하고 페르마의 원리를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할 줄 아는데 아무래도 코딩도 배워놔야 겠다 코딩
그러다가 이 변화를 무섭도록 외면하는 법을 깨닫는다

이 죽을 때까지 편의점 알바나 하며 살 인간 같으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