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님의 운전병으로 복무를 마쳤습니다.
사단장님 운전병으로서 복무하던 때는 그분의 편한 탑승을 위해 동선까지 고려하는 등 미리미리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예를 들면 사단장님이 차량까지 편하게 오실 수 있게 위치를 잘 따져서 차를 세워두고, 야외 날씨를 고려해서 차 내부 온도를 세심하게 신경 쓰는 식이었죠.
제가 모시는 입장인지라 사단장님의 승차 취향을 파악하는 일도 아주 중요했어요.
사단장님은 목적지를 갈 때 큰길을 이용하는 걸 좋아하셨어요. 이동시간이 덜 드는 것보다 승차감을 더 중요시하셨던 분이시라 시간이 더 걸려도 크고 안전한 길로 가는 것을 선호하셨었고요.
그래서 현역일 때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스스로는 운행 간 우발상황들을 미리 생각해 대비하는 것을 잘했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너무 이르게 도착하지 않게 약간 큰길로 돌아간다든지, 시간이 촉박하면 살짝 밟는다든지 하는 임기응변 같은 거요.
사이사이 생기는 운전병의 숙명, 대기시간에도 차에서 대기하는 경우에는 주로 복귀 경로를 다시 확인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남으면 휴대폰으로 개인 일을 보기도 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사단장님의 전화에 항상 대비해야 했지요.
완전 개인 운전기사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요. 네. 개인 기사 느낌이 많이 나고 실제로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행을 나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마냥 기사 역할만 하는 건 아니었어요. 가장 오래 사단장님과 붙어 있다 보니 운전 말고도 할 일이 좀 생기곤 했습니다. 차 안에서 식사하시는 경우에는 차에 식사를 준비한다든가 하는 그런 일들이요. 어찌 보면 개인 비서 같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었어요.
물론 모시는 사단장님의 성향도 매우 중요했었죠.
뭐 장군님마다 다르시겠지만, 저희 사단장님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젠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식사도 잘 챙겨주시고 아침마다 살갑게 안부도 물어주시고 되게 친절하셨었어요. 때로 곤란한 농담도 하곤 하셨죠.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자고 휴가 안 가면 안 되냐고 하시던지… 하는 그런 거요.
힘든 점이요? 있었죠. 아무래도 신체적인 업무강도는 높지 않지만 높으신 분을 모시다 보니 다른 높은 분들을 많이 만났었어요. 그래서 예절, 품행을 다른 병사들보다 더 신경 써야 해서 그 부분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퇴근이 늦고 주말에도 운행을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 정비 시간이 보장 안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꽤 불편했습니다.
그렇지만, 1호차 운전병이었던걸 후회하진 않습니다.
조금 힘들긴 해도 높으신 분의 기사로 사는 건 흔치 않은 기회고, 모시면서 알게 모르게 얻어가는 부분이 많았기에 후회는 없네요.
그리고 이제 평생 술 안주 거리로 쓰기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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