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 모델은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이슈가 있을 정도로 반응이 차갑다. 그런데 해치백에 대한 반응이 우리와 정반대인 나라가 있다. 바로 유럽이다. 유럽의 해치백 시장은 판매량이 적은 우리나라와 달리 경쟁 상대가 쟁쟁해서 녹록지 않다. 유럽 시장에선 C 세그먼트 해치백의 인기가 높은 까닭에 고성능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 GTI, 포드 포커스 ST, 혼다 시빅 타입 R, 르노 메간 RS, 쿠프라 레온 등의 모델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 유명 자동차 전문지가 진행한 한 비교 테스트가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의 I30N을 유럽 해치백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포드 포커스 ST와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테스트의 결과는 어땠을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두 차량의 제원은 의외로 비슷한 점이 존재했다. 우선 현대차 i30 N과 포드 포커스 ST는 최고출력 280마력의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에 전륜 구동 방식이 적용되어 있다. 차체 역시 5도어 해치백이다. 다만, 휠베이스에서 50mm로 약간의 차이가 있었고, 큰 차이점으로 변속기가 있었다. 포커스 ST가 6단 수동 변속기를 사용하는 반면, i30 N은 8단 DCT를 탑재하고 있었다. 한층 현대적인 구성을 갖췄다.

각각의 차량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먼저 i30 N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번째 양산 모델로, 지난 2017년 첫 출시 이후 N 브랜드의 입지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차량이다. 이는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 자동차 전문 매체의 호평과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화려한 수상 기록이 i30 N의 우수한 역량을 뒷받침한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판매 중인 i30 N은 상품성을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한층 날카롭게 진화한 전후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밖에 최고출력 증대 및 8단 DCT 적용 등 성능 부문에서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한편 이번 비교 평가의 경쟁 모델인 포커스 ST는 포드의 고성능 브랜드 포드 퍼포먼스의 손길 아래 탄생한 모델이다. 포커스 ST는 철저하게 유럽 시장을 위한 전략 모델로 유럽 포드에 의해 개발됐으며, 오랜 역사와 비교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포드의 스테디셀러다. 특히 우수한 주행 성능, 뛰어난 운전 재미, 합리적인 가격 등 고성능 해치백이 갖춰야 할 매력 요소를 두루 갖춘 덕분에 유럽 시장의 대표적인 해치백으로 자리매김했다.

i30 N은 주행 테스트와 계측이 이뤄진 직후부터 그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원상으로는 포커스 ST이 i30 N보다 배기량이 더 큰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서 더욱 높은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가속력 테스트에서 능력을 발휘 발한 건 i30 N 이었다. i30 N의 제로백은 포커스 ST보다 무려 1.1초나 빠른 5.7초를 기록했다. 또한 시속 130km, 160km, 200km에 이르기까지 i30 N의 강력한 가속력은 계속됐다. 0→200km/h 기록은 20.4초로 포커스 ST보다 5.3초 빨랐다.

주행 중 가속 능력을 가늠하는 추월 가속 평가 역시 포커스 ST보다 i30 N이 크게 앞섰다. i30 N은 시속 60km에서 100km까지 2.6초, 시속 80km에서 120km까지 3.2초를 기록하며 포커스 ST보다 각각 0.5초, 0.9초씩 빨랐다. 한편 시속 100km부터 정지 상태까지의 제동 거리를 계측하는 제동력 테스트(열간)에선 i30 N이 35.8m, 포커스 ST가 36m를 기록하며 대등한 결과를 가졌다.

이번 평가의 하이라이트는 트랙에서 이뤄지는 스포츠 주행 테스트와 랩타임 측정이었다. 비교 테스트는 두 차량이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도록, 독일 하노버의 콘티드롬 트랙이 선정되었다. 이후 진행은 스포츠 주행 조건에서 차량 특성을 파악하고 랩타임 계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참고로 이번 콘티드롬은 타이어 제조사 콘티넨탈(Continental)의 주행시험장으로 총 길이 3.8km의 마른 노면 핸들링 코스로 구성돼 있다.

트랙 주행 평가에서 i30 N이 가진 강력한 퍼포먼스는 제대로 나타났다. i30 N이 주행 성능으로 포커스 ST를 압도했다. 이는 두 차량의 랩타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포커스 ST의 최고 랩타임이 1분 41초 39였던 것에 반해, i30 N은 이보다 약 2.7초 빠른 1분 38초 69를 기록했다. 3.8km 길이의 트랙에서 약 2.7초는 적지 않은 기록이다.

스포츠 주행 시 나타나는 차체 반응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포커스 ST는 섀시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차체 움직임이 많아 선회 시 언더스티어 경향을 보인 반면. i30 N은 운전자에게 일관되게 단단한 섀시를 통해 주행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코너링에서는 e-LSD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트랙에서 비교 테스트를 마친 후, 두 차량의 주요 평가 항목별로 매겨진 점수를 토대로 최종 승자가 가려졌다. 평가 항목은 엔진 성능, 주행 성능, 랩타임, 핸들링, 조종성 등 주행 퍼포먼스와 관련된 요소가 주를 이뤘다. 해치백 시장에서 신흥 라이벌로 주목받은 두 차량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기준이다.

이번 비교 테스트의 최종 결과는 현대차 i30 N이 모든 항목에서 총점 278점을 받아 254점을 받은 포커스 ST를 크게 앞섰다. 평가단은 i30 N이 해치백 특유의 뛰어난 실용성과 편의 장비를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고성능 브랜드에 어울리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점을 높게 평가했다. i30 N은 바디, 장비, 엔진 성능, 변속 품질, 핸들링 등 주행 퍼포먼스와 관련된 항목에서 모두 우위를 가져왔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큰 점수 비중을 차지하는 랩타임과 주행 다이내믹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포커스 ST와의 차이를 크게 벌렸다.

사실 i30N의 국내 출시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 모델 인기가 적은 데다, 기아에서 순수 전기차 모델인 EV6 GT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모델을 선호하는 매니아들 입장에선 한장판으로라도 나오길 매년 바라고 있다.

과연 현대차가 소비자들의 이런 바람을 들어줄까? 가까운 미래에 직접 국내 도로에서 i30N을 직접 리뷰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그래서 현대차가 잘 만든다고?" 포드 포커스 ST vs i30N 승자는?
글 / 다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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