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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진] 고요를 찾아서

스텔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27 00:15:01
조회 4670 추천 45 댓글 57

체육 선생님은 우리에게 명상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얘들아 눈 감아 봐. 느껴지는 게 있어? 선풍기 소리요. 의자요. 선생님 더워요. 운동장 소리요. 그러면 그 중에 하나만 정해서 집중해 봐. 선풍기 소리를 골랐으면 선풍기 소리에만 계속. 나는 선풍기 소리를 골랐다. 선풍기가 돌고, 돌고, 돌고. 나는 내가 어느 순간 선풍기 외에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첫 명상의 기억이다. 선생님께서 왜 아이들에게 명상을 가르치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초등학생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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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더 다양한 명상의 방법을 익혔다. 가벼운 옷을 입고 아무 것도 챙기지 않은 채 밤 러닝을 나가거나,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헤드폰을 쓰거나, 워드 프로그램을 켜고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적어 내려가거나. 명상이라고 생각하고 한 일들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러는 동안은 머릿속이 좀 가라앉았다. 명상 속에는 소리가 없을수록 좋다는 것을 나이가 더 들면서 깨달았다. 어릴 적 했던 명상의 첫 매개가 소리여서였을까? 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그 소리에만 집착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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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나의 시간 대부분은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선 언제나 한여름처럼 매미가 울었다. 스터디 카페에서는 감상적인 피아노 단선율이 나왔고, 학교에서는 왁자하게 붕붕대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서는 바깥 대학가의 소음이 들렸다. 혹은 에어컨, 히터, 뭐 그런 것들. 잠을 자기 위해 매일 3M귀마개를 끼워야 했던 내가 고요에 집착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종종 사진을 찍을 때 어떤 걸 담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거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요를 담고 싶어요’라고 대답한다. 조금 더 구체적인 대답을 원하면, 나는 귀가 먹먹해지는 정적의 순간을 원한다고 말했다. 마치 깊은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사진을 찍는 일은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명상법이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자연스럽게 청각이 배제되고, 그 과정에서 눈 앞에 보이는 대상에 극도로 집중하게 된다. 일종의 의식처럼 셔터를 누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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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내 사진을 보고 사진이 너무 무거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곤 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산만한 내 시선에는 그런 약간의 답답함이 필요했다. 얇은 종이 위의 문진, 혹은 무거운 겨울 이불의 기분 좋은 압박. 나는 지금도 손가락을 꽉 깨물며 내 생존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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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요는 무작정의 침묵은 아니다. 그것이 서슬퍼런 정적일 필요는 없다. 가장 최근 찾은 고요의 순간은 아마도 제주도 곶자왈에서였을 것이다. 숲에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나무들 사이로 파도 소리가 났다. 거센 비가 내리는 소리도 좋다. 그것들은 모두 귀가 먹먹해질 만큼 큰 소리였다. 하지만 그건 분명 고요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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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나 제품 사진을 찍을 때 종종 검정색 폼보드를 피사체 가까이에 가져다 댄다. 그러고 나면 잡다한 반사광들은 곧 사라진다. 그렇게, 피사체는 잡색이 끼지 않은 자신의 온전한 색을 되찾는다. 검정색 명상.

집중해서 글을 써야 할 때면 헤드폰을 끼고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재생시킨다. 그러고 있으면 바깥에서 나는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다. 하나의 감각이 지워진 상태에서, 혹은 어쩌면 하나의 감각이 짓눌린 상태에서 나는 가장 깔끔한 시야를 가진 채 생각을 할 수 있다. 달리기의 과정이 그랬고 사진 찍기의 과정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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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것들로 여전히 머릿속은 소란하고, 때문에 나는 고요를 찾는다. 프레임 안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장면을 담고 문장 사이에 정적이 있는 글을 쓴다. 그러면, 검정색 문진의 기분 좋은 무게감이 나를 살짝 짓누른다.


김유식 시발롬 트?루?가 몇 번이 뜨는거야 뒤질라고 진짜

게123피는 왜 또 금지어야 아악



출처: 디지털 사진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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