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2.9.5 19:30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지휘 파보 예르비/바이올린 트랜 루벨/첼로 마르셀 요하네스 키츠, 패르트 벤저민 브리튼을 추모하는 성가/브람스 이중 협주곡/에르키 스벤 튀르 L'ombra della croce/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2. 토요일에 박은빈님을 보느라 예르비 차교5를 못봤는데, 엄청난 호연이었다는 후기를 보고 시벨2는 무조건 봐야겠다라는 생각에 태풍을 뚫고 다녀옴. 사실 오후 3-4시까지도 이렇게까지 해서 보러 가는게 맞는건가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가길 잘했다고 생각함.
3. 에스토니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에스토니아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파보 예르비가 결성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이전에 에스토니아 여행을 가기전에 찾아봤는데 에스토니아는 흔히 발트3국으로 함께 묶이는 라트비아/리투아니아와는 문화적/언어적으로 이질적인 국가임. 라트비아/리투아니아는 러시아적 색채가 훨씬 더 강한 반면에, 에스토니아는 핀란드와 언어도 유사(우랄어족)하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하다고. (그러고보니 흔히 얘기하는 북유럽 4개국 중 스웨덴어/노르웨이어/덴마크어가 게르만어군으로 독일어쪽에 가까운데 비해 핀란드도 상당히 동떨어져 있음) 아무튼, 문화적으로 가까운 에스토니아-핀란드이다보니 오늘 시벨리우스 2번이 더더욱 기대되었음.
4. 연주자들이 입장하기 전에 객석을 둘러봤는데 태풍의 영향+월요일+홍보가 덜 된 탓인지 1층 객석이 1/3도 안찬듯. 채 200명을 넘을까 말까 하는 관객수가 오케스트라의 2배남짓밖에 되지 않았는데 연주자들도 상당히 민망했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연주를 들려줘서 감사할 따름.
5. 1부 첫곡/2부 첫곡 두곡은 현대음악으로 생각하고 예습도 안해갔는데, 둘다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인데 굉장히 신비로운 분위기의 곡이었다. 특히 첫 패트르의 곡은 음을 중첩하듯 쌓아올리는게 마치 오르간 곡을 듣는 느낌이었는데, 음색이 너무 좋아서 곡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았음.
6. 브람스 이중협주곡은 협연자때문에 다른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두 협연자 모두 오케스트라의 단원이었는데 협연을 할만한 기량이 되는 연주자는 아니었던 듯. 특히 첼리스트 볼륨이 너무 작아서 오케스트라에 다 묻히더라. 앵콜은 좋았음.
7. 시벨리우스 2번은.....아...정말 훌륭한 연주였다. 들으면서 여행때 봤던 핀란드의 광활한 자연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시각화되는 경험은 느껴본적이 많지 않은데 오랜만에 눈을 감고 음악에서 그려내는 풍경을 마주한 것 같음. 경아센 홀의 한계로 목관소리가 좀 많이 먹히고, 저음현 소리도 묻혔지만 지휘자가 그려내고 싶은 이 곡의 그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1악장의 목가적인 1주제부터 소름끼치기 시작해서 2악장에선 눈물이 핑 돌뻔했고 3-4악장 아타카로 넘어가면서 울려퍼지는 4악장 1주제 멜로디 또한 너무 감동이었다. 코다의 예르비의 비팅과 그에 화답하는 연주도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기립했음.
8. 앵콜 슬픈왈츠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무엇보다 이 적은 관객 앞에서도 정말 열심히 연주해준게 너무 고마워서 박수 정말 열심히 쳤다. 비록 막판으로 가면서 실수도 있었고, 홀 컨디션도 별로였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연주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열의에 감동받아서 오늘 힘들게 찾아간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네. 나중에 이 오케스트라 내한하면 꼭꼭 가라.
오랜만에 핀란드의 풍경도 떠올린 겸, 예전 핀란드-에스토니아 여행때 찍은 사진 몇장 남기고 감. 뒤에 두장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이고, 나머지는 핀란드 헬싱키-로바니에미-사리셀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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