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음) 피에르 프릭, 알자스 그랑크뤼 Steinert, 리슬링, 2018
알자스.
5년 정도 살았던 독일 바덴 지역의 Freiburg은 프랑스 알자스 지역과 붙어있어서
알자스 지역에 자주 갔었습니다.
버스, 기차 등으로 1시간 거리라 6시간 거리 베를린,
3시간 거리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보다 훨씬 가깝고
살고 있는 독일이 아니라 다른 나라 여행 간다는 느낌과
독일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음식, 쇼핑 같은 프랑스의 장점 때문에
10번 넘게 갔던 것 같습니다.
알자스 지방을 설명할 때 알퐁스 도테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이 꼭 등장하죠?
독일과 프랑스의 경계가 되는 지역이라 전쟁의 결과에 따라
프랑스 땅이었다가 독일 땅이었다가를 반복한 지역입니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프랑스 땅이 되었는데 독일이 지배했던 세월이 있어서
지명들이나 인명이 독일식이 많고,
여행할 때 보면 나이 드신 분들은 독일어도 잘 하시더라고요.
유럽에서 알자스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가 만나는 지역인데 프랑스에는 북동부이고, 독일에서는 남서부입니다.
프랑스-독일 국경을 경계로 프랑스와 독일 모두 조금 높은 지대가 있는데
프랑스쪽이 보주산맥이고 독일쪽이 검은숲 (Black forest = Schwarzwald)이며
그 사이에 라인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알자스‘하면 보주산맥과 라인강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대략 북쪽 Strasbourg에서 남쪽 Mulhouse까지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자스 지역은 프랑스과 독일의 문화가 섞여 건축양식, 의상, 음식, 와인 등
독특한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알자스 Colmar라고 하는데
pan de bois (half-timbering) 스타일이라고 대각선 나무구조물이 들어간 스타일이
무척 동화 같은 느낌을 줍니다.
2013년 찍은 Colmar 중심가 사진
참고로 알자스 지역은 1, 2차 세계대전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독일, 프랑스 모두 알자스를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고 폭격을 안 했다고…
그래서 Ribeauville, Riquewihr, Eguisheim 등 정말 예쁜 마을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런 곳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셔터 눌러도 엽서사진이 되는…
2013년 찍은 Riquewihr 사진
또 하나 알자스에서 유명한 것이 크리스마스마켓이 아닐까 합니다.
크리스마스마켓이 처음 시작된 곳이 Strasbourg이라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Strasbourg은 정말 도시 전체가 마켓이 되는데
정말 장관입니다!
2012년 12월 Strasbourg 사진.
알자스 와인
와갤러들에게 알자스는 와인이죠.
알자스의 와인산지는 주로 보주산맥 동쪽 기슭에 위치해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알자스 와인 산지.)
이번 포스팅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만 확대한 것.
재배하는 품종은
리슬링 21.9%, 피노블랑 21.2%, 게뷔르츠트라미너 19.4%,
피노그리 15.4%, 피노누아 9.9, 실바너 7.5%, 그 외 조금으로
90%가 화이트이며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망 달자스도 생산됩니다.
그랑크뤼 밭은 51개인데
리슬링, 피노그리, 무스캇, 게뷔르츠트라미너만 허용된다네요.
2013년 버스타고 알자스 와인가도 지나며 찍은 포도밭들.
아마도 Grand Cru Schoenenbourg?
2013년 7월 꼬마기차 타고 가면서 찍은 Riquewihr 마을 뒤의 포도밭.
아마도 Grand Cru Rosacker?
Riquewihr에 있는 도멘에서 운영 중인 와인샵에서 사와서 맛있게 마셨던 와인
Domaine Pierre Frick
Colmar 남쪽에 위치한 Pfaffenheim에 있는 도멘입니다.
12대에 걸친 가족경영 와이너리로 전통있는 도멘인데
지금은 알자스 유기농와인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도멘이라네요.
1970년부터 유기농와인을 만들었고
1981년대부터 알자스 최초로 비오뒤나믹 농법을 사용했고
1999년부터 이산화황을 사용 안 한 와인들을 생산했으며
2002년부터는 코르크 대신 크라운 금속마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에르 프릭, 알자스 그랑크뤼 Steinert, 리슬링, 2018
Pierre Frick, Alsace Grand Cru Steinert, Riesling, 2018
Alc. 14%
황금빛과 갈변된 사과의 중간에 있는 짙은 노란색이고
투명하기 보다는 탁한 느낌이 있습니다.
향은 그리 강하지 않은데…
초반 젖은 흙과 밀집 뉘앙스가 조금 나고
그 후에 벌꿀, 잘 익은 배와 사과 향이 은은하게 올라옵니다.
라벨에 Sec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달지 않습니다 ㅋ
적절한 산도와 과실미가 좋은 발란스를 이루고
탄탄한 구조감이 뒤쪽에 느껴지네요.
피니쉬는 시골틱한 듯한 뉘앙스가 은은하게 지속됩니다.
신기했던 것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시골틱한 느앙스가 노즈, 팔렛에서 모두 사라지고
섬세하게 컷팅된 반짝이는 보석 같은 느낌이
팔렛에서 느껴졌습니다.
버블은 없지만 섬세하고 깔끔한 BdB 샴을 마시는 듯한 느낌?!
제가 유기농 와인을 무척 마시기 힘들어했는데
이 정도 퀄리티라면 마실 수 있고 추천도 가능한 것 같네요.
무엇보다 ㄸ냄새가 없고,
ㄸ냄새와는 다른 은은한 시골틱한 뉘앙스가
노즈와 팔렛 모두에 복합미를 더하며
시간이 지나며 그것들이 사라지고 등장하는 본연의 모습은
마치 흙을 파헤치고 보석을 발견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음악 이야기이니 관심 없으신 분들은 패스하세요~~
오늘은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님에 대한 썰을 풀려합니다.
네.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처 박사님 맞습니다.
음악 이야기한다더니 왜?
알자스 와인과 무슨 상관?
슈바이처 박사님은 알자스 출신이십니다.
Colmar 북서쪽에 Kaysersberg이라는 시골마을이 있는데요
인구가 2500명이 안 되는 정말 깡시골인데
슈바이처 박사님이 그곳에서 태어나셨습니다.
(1875년 생이라 처음에는 독일인이었다가
1차 대전 후 프랑스인이 되셨습니다.)
2011년 가서 찍은 Kaysersberg 사진들
그분이 처음 들었을 오르간...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유명하지만
그는 위대한 신학자, 위대한 음악학자, 위대한 오르간 연주자였습니다.
24살에 철학박사, 25살에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알자스 Strasbourg에서 목회를 하면서 신학부 강사로 강의를 했는데
그의 논문들은 아직도 해당분야 레퍼런스로 인용될 정도로 높게 평가받습니다.
또한 어려서부터 오르간 연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
당시 최고 오르가니스트였던 Charles-Marie Widor가 무료로 레슨을 해주었고
그가 집필한 바흐에 대한 연구서는 아직도 최고의 바흐연구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도유망한 신학박사이자 음악학자가 돌연히
1905년 자신이 강의하던 스트라스부르 대학 의대 신입생으로 입학합니다.
자서전에 의하면 슈바이처가 21살 때
“30살까지는 학문과 예술을 위해 살고
그 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다고 하는데
1905년은 슈바이처가 30살이 되던 해였죠...
의대 졸업 후 1965년 90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셨습니다.
감동적인 것은 슈바이처의 아내도 간호사 자격증을 따서 평생 같이 봉사했고
유일한 딸인 Rhena Schweitzer Miller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
평생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음악학자로, 오르간연주자로 유명하셨던 분이라
슈바이처가 아프리카로 갈 때 오르간협회에서 슈바이처 박사를 위해
오르간 페달이 달린 피아노를 특수제작해 선물했다고합니다.
덕분에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에서도 오르간 연습을 할 수 있었고
후원금 마련을 위해 유럽에 오셨을 때 오르간 연주회를 하셨는데…
그 때 기록들이 음반으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갖고있는 그분의 음반들...
그분의 연주 몇 개 링크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좌절브금, 드라큘라브금으로 유명한
바흐 토카타와 푸가 BWV 565
https://youtu.be/OFomavzblXU
그의 삶이 담겨있는 것 같은
바흐 코랄 프렐류드…
https://youtu.be/ySRsQlgx6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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