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가소로웠다. 홀덤펍서 일하는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가. 곱창먹다 삼십분을 흐느끼며 울 만큼 네 인생에 꼬리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여간 어디인가 구멍뚫린 사람들은 통하는게 있어. 이를테면 상처에 내성이 생긴 척 하면서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어하는 거.

나 이만큼 아파. 나 이만큼 괴로워. 나 이렇게 이상해. 돌려돌려 포장해서 듣기 번듯하게 내놓아도 본질은 어디안가서 뒤에서 조소짓고 환멸하는거.

근데 닮은게 맛있고 즐겁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은 절대 때어낼 수 없는 거머리 같은거라, 일평생을 전념에도 거기에 있고 싶어서.

뒷걸음질 치는게 앞으로 한 발 떼는것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은 결국 우울의 장력에 이끌려 돌아가곤한다.

그래서 오버스럽다고 생각하곤했어. 오버스러운 슬픔 오버스러운 절망 오버스러운 체념 오버스러운 자해 오버스러운 전시.

적당히를 잊어버려서 살아있다고 왕왕 짖어대고 우기고. 설치는게 싫은데 나는 설치는걸 구경하는건 좋더라. 글로 적는 것 역시도.

그러니 어쩌면 네 말이 맞겠지. 내가 가장 가소롭다고했어. 아는척하는게 가소롭고 통달한것처럼 냉소적인게 가소롭고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것 역시 가소롭고.

니가제일 불쌍하고 니가제일 안타깝고 니가제일 답답한 인간이라도. 왜 자신의 감정에도 솔직하지 못해 ? 그걸 왜 가소롭게 치부해?

글쎄 그땐 대답하지 못했지만. 하나 알겠는게 있어. 누군가는 인간을 부술 떄 딱히 죄책감같은것을 못 느낀다는거.

어쩌면 너무 많이 어긋나버려서 서로 보고있는 풍경이 다를지도 모르잖아.

그러니 그만큼 울 만한 일은 아니야. 그렇다고 내가 네 슬픔을 가볍게 보는것도 우습게 여기는것도 아니야.

다만 그냥 그렇구나 한다는거. 지나가던 개미의 꿈틀거림과 너의 몸짓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