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도 치워진다. 코르데도 자기 벤치로 돌아간다.

음악 끝.

12. 죽음과 삶에 관한 대화

무대 뒤쪽이 조용해진다.

수녀들이 짤막한 연도를 읊는다.

마라

(텅 빈 무대 저편에 있는 사드를 향해)

사드 씨,

나는 당신의 불멸의 글 중에서

모든 생명체의 근본 원리는 죽음이라고 한 것을 읽었소.

사드

그리고 죽음은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야.

오직 인간만이 죽음을 상상하는 거지.

자연은 죽음을 알지 못해.

모든 죽음은, 가장 잔인한 죽음까지도

자연의 완벽한 무관심 속에 잠겨 버리고 말아.

오직 우리 인간만이 우리의 삶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 거지.

우리가 우리 인류를 전멸시킨다 하더라도,

자연은 묵묵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야.

나는 자연을 증오해.

나는 자연을 이겨내겠어.

나는 자연을 그 자체의 무기로 쳐부수고

그 자체의 함정으로 잡을 거야.

(일어선다)

얼음장 같은 얼굴로 꼼짝도 않고 바라보기만 한다는 것이,

무엇으로도 자연을 뒤흔들 수 없다는 사실이,

그리고 자연은 모든 것을 참아낸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점점 더 큰일을 하도록 자극하는 거야.

(숨을 헐떡이며)

약자는 무조건 강자의 처분에

내맡겨져 있어야 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충족시켜려고,

옛날부터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애써 왔었나.

우리는 끝없이 비열해지고, 남의 불행에 쾌감을 느끼며,

온갖 위계질서 속에서 자연을 공격하지 않았나.

우리는 우리의 비열한 수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