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린다)

해설자

(일러준다)

열이 나서.

마라

열이 나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살갗도 시뻘겋게 달아올랐어.

시몬느,

시몬느, 수건을 찬물에 적셔

내 머리 좀 식혀 줘.

(시몬느, 재빨리 다가와 손을 놀린다)

사드

자네는 이제 남은

며칠 동안이라도 건강하게 살려로

모든 명예와 민중의 모든 총애도 버리게 될 거야.

출산한 여자의 목욕통같이

피로 물든 목욕통 속에 누워 있군 그래.

그 안에서 자네 혼자

바깥 세상의 실제 일과는 당치도 않은

상상만 하며 헤엄치고 있어.

현실에 참여하려 했지만

현실은 자네를 궁지에 몰아넣었어.

나는

현실에 참여하기를 포기했어.

나의 삶은 환상이야.

혁명엔

더 이상 흥미가 없어.

마라

틀렸소, 사드, 틀렸소.

끊임없이 생각만 하는 것으로는

어떠한 벽도 허물지 못합니다.

붓으로 세상의 질서를 바꿀 수는 없소.

새로운 것을 잡으려고 우리는 얼마나 애썼던가.

그러나 그것은 미숙한 행동에서 나온 것일 뿐이오,

우리는 대대로 답습되어온

사고방식에 오염되어

우리 시대의 최고의 지성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소.

우리는 혁명을 생각해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제 혁명을 어떻게 끌어가야 할지 아직도 모르고 있소.

의회에는 아직도

명예욕에 사로잡힌 자들이 앉아서,

각자가 지난날의 특권이나 챙기려 하고 있소.

한 놈이 아름다운 그림을 갖겠다고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