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

모든 걸 포기하시게.

이미 저 여자가 여기 와 있지 않나.

마라,

이 육체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아.

보시게.

저기 서 있는 저 여자를.

얇은 천 속에 벌거벗은 젖가슴.

아마도 칼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사랑의 유희를 자극하기 위해.

(코르데, 한 걸음 목욕통으로 다가선다. 몸을 내밀고 이리저리 가볍게 흔든다.

시몬느, 굳어진 채 서서 손에 들고 있는 수건을 기계적으로 주물럭거린다)

마라

시몬느, 

시몬느, 문을 두드린 게 누구야?

사드

한적한 시골 수도원에서 온

어떤 처녀야.

이런 처녀들이 거친 옷을 입고

딱딱한 마루바닥에 누워있는 걸 

생각해 보게.

따뜻한 바람이 들판을 지나

쇠창살 사이로 이들에게 불어 왔겠지.

이 처녀들은 젖은 음부와 젖은 가슴을 드러내고

그곳에 누워

저 바깥 세상에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생각했겠지.

(라우테 가락.

환자들이 앞으로 나와 성행위를 나타내는 무언극을 하는 동안, 낭송조로)

사드

(음악 반주에 맞추어)

저들은 은둔 생활에 신물이 나서

새 시대의 조류에 사로잡혔지.

그래서 개혁의 물결에 뛰어들어

혁명에 가담하려 했던 거야.

성교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이 혁명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합창

(미사 때의 기도처럼 엄숙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