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이 혁명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무언극 끝)

사드

마라,

가까이 있는 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 육체뿐이야.

마라,

나는 십삼년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이 세상은 곧 육체의 세계라는 걸

배웠어.

그리고 모든 육체는 무서운 힘으로 가득 차 있지만,

각자가 자신의 불안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거야.

장벽의 바다 한가운데서,

고독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그런 속삭임을 들었어.

그리고 끊임없이

손바닥과 피부로

그 촉감을 느꼈지.

열세 겹의 벽 속에 갇혀,

발은 사슬에 묶인 채,

인간이 스스로 몸을 던질 수 있는

육체의 해방을 꿈꾸어 왔어.

(환자 한 명이 뒤꿈치를 들고, 허리를 굽히고 살금살금 앞으로 나와서, 목을 쑥 빼고 긴장하여 엿듣는다. 다른 환자들도 이를 따른다)

나는 끊임없이 유일한 대상인 육체에 대해

꿈꾸었어.

그것은 미칠 듯한 질투의 꿈이었고,

또한 강력한 황홀경이었어.

마라,

이 내면의 감옥은

돌로 된 지하 감옥보다 더 혹독한 거야.

그리고 내면의 감옥이 열리지 않는 한,

자네의 혁명은

매수된 동료들에 의해

쉽게 진압되는

감옥 안의 폭동에 지나지 않아.

합창

(음악 반주에 맞추어 반복한다)

성교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이 혁명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음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