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은 덕산의 법을 이은 설봉 의존의 법문이다. 설봉 문하에는 운문, 현사, 장경, 보복, 경청, 취암 등 훌륭한 납자들이 50여 명이나 배출되었고, 대중의 운집이 늘 1500여 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북의 조주, 남의 설봉'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설봉의 도량은 거대하였고, 운수 납자를 정밀하게 지도하였던 것 같다.

설봉이 말한 남산은 설봉산이다. 별비사는 코가 찌부러진 독사로, 자라 머리를 닮았다 해서 그렇게 부른다. 여기서 별비사는 이류가 아니고 '본래자기'를 가리킨다. 설봉산에 그러한 독사가 한 마리 있으니, 대중은 이 별비사를 "아주 잘 살펴보아야만 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보다'는 '잡다'의 의미로, 본래자기인 '무'를 체득해야 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실은, 본래자기가 곧 '무자성'이므로 자신을 따로 살필 일이 아니며, 이원성의 자신이 '무성'임을 증험하라는 것이다. 설봉의 이러한 시중에, 제자인 장경, 현사, 운문 등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 것이다.

먼저 장경이 말했다. "지금 선당 안에는 분명 몸을 다치고 목숨을 잃은 자가 있다." 여기서 '금일'은 '바로 지금'이고 '당중'은 '도중'이다. '대유인'의 '대'는 많다는 뜻이 아니라 '분명히' '확실히'라는 의미이다. 중생은 볼래 부처인데, 이를 알지 못하는 자가 스스로 오해하여 범부라고 여긴다는 말이다.

어떤 승이 이 말을 현사에게 전했다. 현사는 "사형 혜릉은 비로소 알았겠지만, 비록 그렇다 해도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승이 왜 그러냐고 다시 물었다. 현사는 "굳이 남산을 들먹일 필요가 있느냐"라고 힐난하였다. '별비사가 남산에만 있는가, 어디에도 있지!'라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한 마리 두 마리의 별비사가 아니라, 우주 전체가 별비사라는 것이다. 즉 미오범성을 분별하기 이전 본래의 자기는 불별망식이 없는 '무'인데, 죽었다느니 보라느니 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운문이 별비사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소식을 보인다. "운문은 주장자를 설봉의 면전에 던지고 부르르 떠는 시늉을 했다." 운문이 뱀을 주장자에 걸치는 시늉을 하며 설봉 면전에 내던지고 자신이 떠는 모습을 한 것이다. 운문은 바로 이러한 행동으로 자신의 별비사를 보였다. 불성 작용의 현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