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인간이라면
인생 살면서 꼭 하게 되는 자신만의 핵심적인 이야기는 한 개 정도임
인간은 본인이 꽂힌 하나의 주제에 갇혀서 영원히 방황함…

굳이 더 있대도 두세 개 정도
이 정도면 천재임

대부분은 똑같은 얘기 또는 그 범주 안에 있는 곁가지 수준의 얘기를
되풀이 하는 거임

그리고 인생 살다가 관점이 바뀌면
약간 수정 후 방식을 달리해서 똑같은 얘기를 또 리바이벌 함

뜯어보면 핵심 메시지는 거의 그대로고
스타일만 바뀌어서 말 되풀이 하는 것을 못 벗어난다…
인간 잘 안 바뀐다고 하잖아
그게 아마도 머릿속에 자신이 잠식(굴복)당하거나 기꺼이 매료당한
삶의 어떤 강렬한 이미지 하나에만 헤매서 그런 것 같음…

그 이미지로 대변되는 내 삶의 주제에
논리적 설명 감정적 해석 감각적 수단 등을 덧붙이며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구체화 하고 싶은 욕망도 덩달아 커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누군가는 꼭 정확히 들어주기를 바라는 건지
아니면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내 영혼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끊임 없이 변주할 수밖에 없는 미로에 놓여진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반복적으로 똑같은 말을 하다보면

자기 이야기가 완성도를 갖추는 순간도 오겠지
누군가의 긴 변명 같은 헛소리도 사실 그 사람이 평생 헤매게 될
미로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면 흘려듣기에 미안하기도 함…

그 사람은 진지하게 자신을 꺼낼 유일한 주제를 보여준 거니까…
그걸 못 알아채고 외면하고 아무것도 아닌 삶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타인으로서 미안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