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의대는 본과 진학 전 봉사활동이 필수였음
한 학년 전체가 봉사활동 하러 꽃동네 가고 각자 배치되는 형태였는데
나는 조리부에 배치됨

여름 방학 전쯤이라 매우 덥고 습한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침 준비 배식 후 설거지 바로 점심준비
배식 후 설거지 저녁준비 배식 후 설거지
매 끼니마다 새로운 반찬을 만들었음

진짜 하루 일과가 끝나면 장화 안에 땀이 물처럼 차있고
숙소도 준비 안해줘서
빛도 잘 안들어오는 부엌 끝트머리 쪽방에
쓰러지듯 잠들었음

하루는 꽁꽁 언 생선을 해체하라고 함
그 때 무슨 사회봉사 때문에 온 아저씨들도 있었는데
보자마자 이거 못한다고 함

나랑 동기는 내일 아침 메뉴라 해체를 해야한다 입장
칼로 얼음 두드리고 물 뿌리고 난리치니까
아저씨들이 비켜봐라 하고 본인들이 해보다가
다시 한번 학생들아 이거 안된다니까
이거는 불가능하다고 함

조금 있다 꽃동네 관계자 와서 불가능해요?
그럼 못하겠네요 이러고 메뉴 바꿈
ㅅㅂㄴ
우리한테는 못하면 내일 메뉴 구멍 난다고 해놓고

그러다 근처 지잡대 애들 파견 나옴
5명 정도 더 파견 나와서 우린 일 줄어들겠다 했는데
우리가 그 동안 만들어놓은 반찬만 주구장창 재탕함

나중에 한다는 소리가
나랑 동기가 시키는대로 다 해서
언제 도망가는지 보려고
계속 일을 만들어서 시켰다고 함

그리고 노숙인 왕초 정도 되는 놈이
그게 무슨 대단한게 아니라고
나중에 의사 되어서도 지금처럼 겸손하게 살라고
돈 벌었다고 건방져 지면 안된다고 충고 하는데

그 전까진 아무 생각 없고
꽃동네 같은 시설도 필요하지 했다가

인간이란 뭐 감투 하나만 생기면
ㅈ같이 충고하고 시험하길 좋아하는구나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