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거품이 잔뜩 낀 대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처럼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거임


내 마음속 감정 중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독하고 선별할 수 있을까?
그보다 그런 시도는 뭐하러 진지하게 하며 다른 사람을
단도리질 하려는 걸까?
그런 헛짓을 열심히 하고 나서
결론은 될 대로 되어라가 되기 십상이지

사랑이 허구로 가득하다는 게 오히려 멋진 일이다
창조적 허구가 세상을 구하기도 하고
열심히 발전된 사랑에 대한 개념은 자본주의와 결탁하여
세상을 더없이 풍요로운 소비의 낙원으로 꿈꾸게 만든다
정신 마음 물건 공간 시간 모든 것에 대한 소비를 하려고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멋진 삶을 살고 싶어지는 거다

사랑을 부정하는 사람은 타인을 욕망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수도승이 되려고 하는 건가
그렇지만 자기 신념은 사랑할걸
자기 자신은 사랑하려 들걸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으니
자신이라도 자신을 사랑하려고 하지
누구도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니
사랑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극단의 벼랑으로, 위태로운 긴장 상태로
자신을 세워놓는 거지
인간은 자신의 반대편을 생각하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니까
절대로 절대자나 단독자 따위는 되기 힘들지
뭐 자기 방식대로 살다 가는 거지

아무리 타인을 욕망하지 않아도
타인의 욕망에 이끌려 그 욕망을 자신도 욕망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지
그 사로잡힘에 빠져들어서 그 사람 자체를 사랑을 하게 되는 사건에
자신을 던져놓기도 하는 게 인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