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더럽게도 맑은 하늘이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강원도행 버스를 타고 아무소식없이 떠나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으니까. 불현듯 그가 떠오른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봤다 고개를 내렸을때 팔짱을 끼고 걷고있는 무척 다정해 보이는 연인한쌍을 스칠 쯤이었을까.

 대학동기이면서 나보다 한살이 더 많았던 그는 작은키에 통통한 몸집을 가진 지극히 평범한 얼굴의 소유자였다. 비록 외모는 잘난편이 아니었으나 정말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화내는 모습을 본적도 없고 뭐든지 맡은바 열심히며 인간관계에서는 자기가 숙이고 들어가는 편이 잦았다.

 한가지 문제는 그 형은 연애에 지독히도 잼병이었다는 것이다. 아니 시작도 못해봤으니 연애축에도 못끼는 것이겠지? 항상 좋아하는 여자가 나타나면(그래봤자 내가 본게 두세번뿐)마음졸이며 끙끙대다가 어느날 고백을 하는데 매번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는 것이다.

"오빠 난 정말 편한 오빠동생사이가 됐으면 좋겠어."

그러면 그 형은 곧잘 풀이 죽어 방으로 돌아와서는 나는 왜이럴까 자기비하를 하며 우울해지기 일쑤였다.

"형 그 여자들이 정말 멍청해서그래. 아니 그러고 한번 만나본다고도 못해? 지좋다는데 지가 뭐잘낫다고 형같은 남자 어디있다고."

그러면서 나는 정말로 그 여자들을 찾아가서 물어보고싶은 충동을 억누를수가 없었다.

어찌 잘난 세치혓바닥으로 설쳐대는 늑대같은놈들에게는 그렇게 몸도 마음도 쉽게 허락하면서 저런 사람의 진심은 어째 니맘속에 단 한치도 파고 들지 못하느냐.

그사람은 졸업할때쯤 정말 한국여자에게 질려버렸다면서 외국생활을 동경하는듯한 말을 꺼냈다.

첫번째 잘못은 남자에게 있는게 분명했다. 연애라는게 상호 교류적관계인데 맞은편 상황은 이해못하고 자기마음만 들이밀려고 했으니 그 어찌 실패하지 않을수 있으랴. 하지만 남자만을 못난놈이라고 탓하지 못한건 그의 진심이 너무나도 깨끗해 보였기 때문이라.

그래서 내주위에도 자주보이는 오직 입담과 심리전, 외모만을 이용해 저 여자 한번 먹어야겠다며 오늘밤에 나갔다가 다음날 자랑스럽게 들어와서는 성공했다고 히죽거리는 그런네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분명히 어제 밤에는 상냥한 얼굴로 부드러운 말들로 그 여자 앞에서 떠벌렸겠지 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는것이었다.

"형 앞으로는 형도 계산적으로 살아. 정안되면 여자는 돈으로 사버리면되지. 그게 바람둥이보다는 훨씬 깨끗하지 않아? 언젠간 형의 진심을 알아주는 정말 멋진 여자가 나타나겠지. 그때까지 우리같이 구질구질한 놈들은 정말 악착같이 사는수밖에 없어"

오늘도 여전히1층매장에 테이스터초이스 아가씨는 연예인 뺨치는 새하얗고 예쁜 얼굴과 대단한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저머저리들 하며 우리 남정네앞을 지나갔고, 또 우리네 치들의 시선은 헤헤거리며 그녀의엉덩이 뒤만 따라다니는 그저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하루였다. 그리고는 정말이지 더럽게도 맑은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