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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 그리고 상식앱에서 작성

발명도둑잡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1.09 01: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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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 그리고 상식

혜강의 사유체계를 특징지우는 단 한마디의 단어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치 않고 “상식 Common sense”이라는 한마디를 고를 것이다. 혜강의 모든 사유체계는 철저하게 이 상식이라는 건강성에 의하여 관통되고 있다. 인류의 진리의 역사는 상식의 역사다. 그러나 이 상식은 역사적으로 演變(연변)한다. 혜강이 19세기 중엽에 한양에서 도달한 상식의 구조는 오늘날 서구라파 문명이 고전물리학, 현대과학의 눈부신 성과를 거치면서 도달한 이성주의의 최첨단의 상식의 구조를 능가하는 상식의 구조를 과시하고 있다. 도올 김용옥 

깨어나 먹고 마시고 놀고 일하고 싸고 자는 행위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예술과 학문, 또는 다른 인류가 구성해 놓은 문화적 유산들 속에 몰입한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고 식량을 비축하게 된 후 폭발한 이러한 여가활동들은 가끔 인간이라는 종을 다른 종보다 우위에 세우게 만드는 이미지에 일조한다. 그러나 학문과 예술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분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거렌쩌가 자주 예로 드는 것처럼 택시기사에게 수긍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어떤 학문적 진리도 의미를 상실한다. 

학문이 일상생활에서 분리될 수 없다는 부분에서 역사적 고려가 요구된다. 학문적 진리가 일상생활과 괴리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류가 걸어 온 역사적 발자취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류가 걸어온 역사란 쓰여진 기록만이 아니다. 쓰여진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쓰여지지 않은 진화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가 과거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없이 현재는 없다. 현재의 인류가 가진 지적 수준이 한없이 높아 보일지라도 그러한 수준이 어떠한 역사적 기반을 가지고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이 없다면 우리는 쉽게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착각 속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와 같은 언명들이 도출된다.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한’다. 인류의 지적 사고능력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 아니라 신석기 혁명이라는, 인류에게 여유를 선물한 그 혁명 위에서 서서히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아니라 ‘여유롭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에 대한 접근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인류의 두뇌가 진화한 역사적 관점을 고려하지 않고 연구되는 모든 의식에 대한 이론은 무효다. 우리는 의식하기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 조상이 진화한 2백만 년이라는 시간은 무가치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깨어나 먹고 마시고 놀고 일하고 싸고 자기 위해 진화했다. 이 말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진화를 유도한 것으로 오해 될 여지가 있으므로 이렇게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도 결국 다른 개체보다 조금 더 쉽게 깨어나 먹고 마시고 놀고 일하고 싸고 자기 위해 선택된 것이다. 많은 학자들에 의해 고상하게 포장되어 인간에게 유일하고 인간을 여타 종들과 구분시켜준다고 여겨지는 의식이라는 것도 이처럼 역사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깨어나 먹고 마시고 놀고 일하고 싸고 자는 일상생활과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학문은 모두 일상생활 속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일상생활속의 그 무엇을 상식이라고 부를 것이다. 상식은 정의 될 수 없다. 그러나 상식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상식이라는 말은 철학자들에 의해 사용되기 이미 오래전부터 평범한 생활인들에 의해 사용되는 의미로 우리의 언어체계 속에 남아 있었다. 오히려 철학자들은 상식의 의미를 변질시켰다. 상식의 철학은 단지 소박한 그 어떤 것이 아니라 역사적 관점 속에서 의미를 가지는, 때로는 과감한 그 무엇이다. 이미 언급했듯 상식은 정의하기 힘들다. 따라서 두 명의 역사적 인물 속에서 상식의 희미한 자취를 찾아볼 것이다. 한 사람은 150년 전 이 땅에서 태어나 읽고 쓰던 학자이며 한 사람은 2003년 작고한 유럽의 과학자이다. 혜강 최한기와 일리야 프리고진이라는 두 인물 속에서 우리는 상식의 일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혜강은 이제 이 땅에서 꽤나 유명인사 대열에 끼어 있다. 학문한다는 사람치고 혜강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혜강에게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부분에 서게 되면 우리는 엄청난 어리석음을 목도한다. 혜강을 통해 통합과학으로서의 기학을 논하는 사람들과 혜강의 텍스트에 파묻힌 이들 외에 우리에겐 혜강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다. 정말 혜강은 그 텍스트로만, 기학이라는 사유구조로만 우리에게 가치 있는 인물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혜강을 읽는 다는 것은 혜강의 학문의 구조를 배운다거나, 조선말 혜강의 <기학>이 가지는 근대적 의미 따위를 아는 것이 아니다. 혜강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의미는 혜강이 학문했던 자세, 바로 그것이다. 혜강의 학문적 방법론과 자세를 제외하면 혜강에게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혜강을 둘로 나눌 것이다. 혜강은 ‘역사적 historical 혜강’과 ‘비역사적 ahistorical 혜강’으로 나눌 수 있다. ‘역사적 혜강’은 또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혜강의 텍스트속에서 통시적으로 존재하는, 즉 현재의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부분을 ‘의미론적 혜강’이라 한다면, 혜강의 텍스트를 포함해서 그가 살아간 자세 전반이 그의 학문적 배경 속에서 드러나는 부분은 ‘방법론적 혜강’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상가가 이와 같이 구별될 수 있다. 하지만 혜강이 이러한 구분 속에서 위대해 지는 것은 ‘방법론적 혜강’속에서 상식이 찾아지기 때문이다. 혜강에게서 우리는 상식이 생명의 발생과정과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배운다. 상식은 유기체와 같다. 닫힌계는 생명을 품지 못한다. 열린계 속에서 생명은 그 의미를 획득한다. 상식을 열린계 속의 유기체에 유추할 때 혜강의 사유체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 

혜강은 열린 사람이었다. 물론 서구라파의 거센 바람 속에 격동기를 거치면서도 왕정중심의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개벽의 입김을 혜강에게서 찾기는 어렵다. 혜강은 수운과 같은 혁명가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혜강은 상황성과 합리성으로 뭉친 사상가로 충분히 이야기 될 수 있다. 혜강은 서구의 두 가지 지적전통인 과학문명과 기독교를 택일해서 받아들일 줄 아는 선각자적인 지식인이다. 그는 서구의 과학문명이 일군 성과들이 實한 전통의 氣론과 합치하는 면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으나, 기독교와 이슬람은 불교와 도교와 마찬가지로 虛한 학문으로 규정하고 배척했다. 서구의 지적전통을 직수입해서 그 사상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의심 없이 따르는 현재의 인문학자들과 혜강은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다르다. 혜강은 무조건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시각 속에서 부조리를 타파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나간 위대한 우리의 지적 전통이다. 혜강이 찾아나간 이러한 열린 마음은 유기체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유사하다. 유전체의 제한속에서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고 또 환경을 바꾸어 나가는 능력이야말로 유기체의 특성이다. ‘방법론적 혜강’이 보여주는 상식의 구조는 이러한 유기체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혜강은, 혜강의 <기학>은 텍스트 속이 아니라 컨텍스트속에서, 공시적 맥락이 아니라 통시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변화되어 이해될 수 있다. 혜강의 <기학>은 현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 우주론 따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세로서 기여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혜강의 <기학>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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