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는 재미없으니 생략하고
19살때 졸업식 2주 앞두고 바로 집 나와서 살았음



들고있는 돈은 50만원이 채 안됐는데 당장 잘 곳이 문제라

월 16만원 짜리 고시원 구했다.


거기 원장님이 한 30대 중반 여성분이셨는데
내 민증보더니 의아해 하시다가 계약해주셨음.



돈 되는 일은 다 하다가 문득 군대를 빨리 가는게 맞다 싶어서
바로 군대 지원함.



근데 입대할 때가 되니 내 짐을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
휴가 나와서도 갈 곳도 없으니까 그것도 문제였지


그래서 고시원 원장님한테 부탁을 드렸다.

짐을 좀 맡아주실수 있겠냐고

휴가 나올때마다 며칠씩 지낼 곳도 필요한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휴가 나올때마다 월세는 꼭 드리겠다고
다만 조금만 깎아 주실 수 없겠냐고 철딱서니 없는 부탁을 드렸음


그러니까 원장님이 그러세요..하시더니 입대가 언제냐길래
3일 뒤라고 말씀 드렸고 입대하는 날 대충 모자쓰고 나서는데



원장님이 입구에서 학생 타요 하시더니 데려다 주시고

부대 앞에서 닭갈비도 사주심



난 혼자가도 별 거 없을 줄 알았는데 남들은 엄마다 아빠다 형제다 뭐다 혼자 온 놈이 한명도 없었음.


그러고는 훈련소에서 필요한 것들
  
검색해서 알아봤다고 전자시계랑 비상약 등등 다 챙겨주시고

들어가는 순간까지 같이 있어 주심.



괜히 눈물나서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고맙습니다..하고
들어갔고 휴가때마다 얼마안되는 군대 월급 모아서 월세드렸음.




휴가때마다 밥 사주시고 면회도 5번인가 와주셨다 군대 갔다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5번 면회면 진짜 많이 온 거임.



그렇게 전역날 다가왔고 짐 찾으러 가서 너무 감사했다고
마지막 월세에요 하고 드렸는데



받으시더니 무슨 봉투 같은 곳에 넣으시곤 그 걸 다시 나한테 돌려주셨음 이게 뭐에요? 하니까 열심히 살아요 고생 많았어요
  
하시는데 보니까 그동안 내가 드렸던 월세였음.
  

그 자리에서 펑펑울었던 기억이 남.

그 분이 내 인생에 은인중 한분이다 그 후몇번 연락드렸었는데



원장님 가정도 있으시고 나도 어리니까 주변시선도 그렇고 부담스럽다고 하심 앞으로 열심히 잘 살면 그걸로 됐다고 하셔서
  

잊지 않고 열심히 사는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