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결혼 반대 회의

등장인물

• 나(23개의 인격을 가진 소녀, 21세): 피해망상과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가진 소녀. 친오빠를 절대적인 보호자로 믿어왔으나, 그가 결혼한다는 사실에 극도의 배신감과 혼란을 느낀다.

• 23개의 인격들이 머릿속에서 토론을 벌인다.

장면 1: “비상 대책 회의 소집”

(무대는 단순한 방. 의자가 하나, 거울이 하나. 소녀는 거울을 보며 자신과 대화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손을 휘저으며)

나: “긴급 소집! 모두 집합! 지금부터 *‘우리의 오빠 뺏길 위기’*에 대한 비상 대책 회의를 개최합니다!”

(순간, 그녀의 표정과 말투가 달라지며 인격들이 등장한다.)

장면 2: 인격들의 논쟁

1번 인격(이성적, 냉정한 타입) (팔짱을 끼고)

“자, 일단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합시다. 오빠가 결혼하는 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에요.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2번 인격(감성적인 타입, 눈물범벅) (코를 훌쩍이며)

“논리? 그딴 게 뭐가 중요해! 오빠가 우리를 버리는 거잖아! 우리만의 작은 세계! 그 세계가… 산산조각 나는 거라고오오오!” (바닥을 구른다.)

3번 인격(피해망상 강한 타입, 불안에 떠는 목소리)

“이건… 작전이야. 저 여자가 오빠한테 세뇌 주파수를 쏘고 있는 거라고! 결국 우리를 제거하려는 거야! 안 돼, 절대 못 보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4번 인격(분노조절장애,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 결론 나왔다. 결혼식? 당.연.히. 불참! 아니, 그 전에 예식장을 불태우면 되지 않아?”

(다른 인격들 동공지진)

5번 인격(소심한 타입, 겁먹은 목소리)

“그건 불법이야… 우리 감방 가면 어떡해…?”

6번 인격(자칭 천재, 오버액션)

“흥, 감방? 천만에! 우리가 이성적인 대응을 해야지. 예를 들어, 결혼식 당일 신부 드레스에 개미 떼를 풀어놓는다거나!”

7번 인격(철학자, 깊은 한숨)

“결혼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결국 사회적 계약을 맺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우리 또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인격들, 철학자를 한숨 섞인 눈빛으로 쳐다본다.)

8번 인격(어린아이 같은 말투, 발을 동동 구르며)

“싫어! 싫어! 싫어! 오빠는 내 거야! 저 여자랑 나랑 싸워서 이긴 사람이 오빠랑 살기야!”

(이때, 1번 인격이 한숨을 쉬며 가볍게 머리를 두드린다.)

1번 인격(이성적, 팔짱을 끼고)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우리는 절연을 할 거야, 안 할 거야?”

9번 인격(회의의 중재자, 타협을 시도하는 타입)

“음, 절연까지는 좀 극단적이지 않을까? 차라리 우리도 결혼할까?”

(모두 일제히 그 인격을 쳐다본다.)

5번 인격(소심한 타입, 질겁하며)

“…근데, 누구랑?”

9번 인격 (환하게 웃으며)

“오빠랑!”

(일동 경악. 웅성웅성)

4번 인격(분노조절장애, 주먹을 꽉 쥐며)

“됐다. 절연이든 방해 공작이든 결정을 하자고! 계속 이렇게 토론만 하다간…”

(그때,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차분하게 변한다.)

23번 인격(최후의 인격,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타입)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정답이야.”

(모두 놀라 침묵한다. 그녀는 거울을 가만히 바라본다.)

23번 인격 (조용히)

“오빠가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게 아니야. 그 사람도 오빠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우린 오빠를 사랑하지만, 오빠가 원하는 행복까지 소유할 순 없어.”

(일동 조용해진다. 몇몇 인격들은 고개를 떨군다.)

2번 인격(눈물범벅, 마지막으로 한 마디)

“…그래도, 너무 슬프잖아.”

(그녀는 거울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그러니까, 울어도 돼.”

(조용한 침묵. 그리고, 그녀는 서서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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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무대가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진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다. 문 앞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내일 결혼식인데, 올 거지?”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본다.)

“…그래. 가야지. 우리도… 가야지.”

(무대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