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팬이라면 동점 적시타 하나를, SK 팬이라면 경기를 끝내는 27번째 아웃카운트를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지난 31일 잠실구장, SK가 4-3로 앞선 9회말 2사 1·2루에서 두산 좌타자 최주환과 SK 마무리 신재웅이 마주했다. 그리고 최주환이 2구째 공에 방망이를 내며 나온 결과는, 양쪽 팬 대다수가 그렸던 일반적인 내용을 벗어났다. 타구는 왼쪽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가더니 끝내기 3점홈런으로 연결됐다. 

지난해 이전의 최주환이라면 더욱 예상이 힘든 장면이다, 2006년 두산 입단 뒤 지난해 첫 1군 규정타석을 채운 최주환은 올해 그만큼 극적인 변신을 하고 있다. 올시즌 타율 3할1푼5리에 8홈런 47타점. 타점 부문에서는 이대호(48개)에 비해 1개 모자란 2위를 달리고 있다.

최주환은 홈런 8개 중 또 5개를 5월에 때렸다. 5월 OPS(장타율+출루율)이 1.020에 이른다. 이른바 ‘거포형’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주환은 최근 몇년 사이 겨울이면 특정 ‘테마’를 갖고 운동하고 있다. 순발력 강화를 위해 발 앞쪽으로 움직이는 데 중점을 둔 훈련을 하는가 하면 빌딩을 여러번 반복해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 겨울에는 몸을 활처럼 뒤로 뉘여 두손과 발로 걷는 훈련으로 유연성을 만들고, 등 근육 강화에 집중 했다. 

기자는 5월 중순 어느 날 잠실구장 복도 한켠에서 최주환과 ‘비거리 강화’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최주환은 과거와 달리 삼진과 헛스윙의 두려움을 잊고 거의 매번 풀스윙을 하고 있다는 의식 변화와 함께 몸의 변화까지 설명했다. 그 중 하나가 등 근육의 강화였는데. 최주환은 대화 도중 뒤로 돌아 등을 내보이기도 했다. 확인 차원에서 한번 터치하는 것을 양해하더니 그에 따른 내용도 설명했다. 스스로 준비한 것에 대해 믿고 또 기대하는 모습이었다.비거리가 생명인 또 다른 종목 프로 골프에서도 선수들은 종종 등근력 강화로 장타를 끌어내곤 한다. 등에는, 손목 움직임 등 가동성으로 만드는 동력이 아닌 원천적인 힘이 담겨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주환이 잠실구장에서 밀어쳐 넘긴 홈런도 등 근력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최주환은 지난 30일에도 잠실구장에서 SK 우완 문승원을 상대로 밀어서 홈런을 만들었다. 지난해만 해도 시즌 7홈런 가운데 밀어서 만든 것은 1개 뿐이었다.

http://m.sport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144&aid=0000555243

등근육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