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31일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24년 전, 8월 중순 LG는 2위 OB와 6경기 차로 앞서고 있었다. 누구나 LG의 정규시즌 우승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OB 베어스의 매서운 추격으로 OB는 극적으로 LG에 0.5게임 차이로 앞서면서 1995년 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지금, 비록 OB라는 이름은 없어졌지만, 그 뒤를 이은 두산 베어스가 1995년의 그 기적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2019 KBO리그가 어느새 약 20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잔여경기가 가장 많은 삼성 라이온즈가 121경기(잔여경기 23), 가장 적은 키움 히어로즈가 127경기(잔여경기 17)를 소화했다. 점점 순위가 확정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한 대결이 있다. 바로 정규리그 1위 싸움이다.

시즌 초반은 두산과 SK와의 싸움이었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두 팀답게 1, 2위를 다투고 있었다.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6월부터였다. 5월 31일까지 양 팀의 성적은 두산이 37승 21패(승률 0.638), SK가 37승 1무 19패(승률 0.661)로 양 팀의 승차는 단 1이었다. 하지만 6월 15일 승차는 3으로 벌어지더니, 6월 30일에는 승차는 5로 더 벌어졌다. 그 사이 5월 SK와 승차가 7.5였던 키움이 6월에는 승차 6.5로 오히려 두산의 턱밑까지 따라올랐고, 결국 전반기가 끝났을 때에는 키움이 두산을 앞질렀다.

전반기 순위표

SK가 전반기 승리를 거두던 공식은 간단했다. 김광현, 산체스, 소사 등을 앞세운 강력한 선발진이 상대 타선을 묶은 다음, 최정, 로맥, 한동민 등으로 대표되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상대 투수를 공략하고, 마무리 하재훈이 나와서 경기를 끝내는 것이었다. 타선이 잘 터지지 않더라도 투수가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승수를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전반기 SK의 실점은 372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전반기 승률 0.674는 2016년과 2018년 두산의 93승을 넘볼 수 있는 페이스의 증거였다.

한동민(30)이 31일 경기에서 삼진을 당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때 2위와의 승차를 6경기 차까지 벌려놓은 SK였다. 누구도 SK의 정규시즌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두산과 키움이 끊임없이 SK가 앉고 있는 왕좌를 노리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키움은 꾸준한 페이스로 시즌을 치러오고 있는 중이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166안타와 박병호와 샌즈의 56홈런을 앞세워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만들어왔다. 눈에 띄는 것은 두산 타선의 약진과 SK 타선의 부진이다. 두산은 전반기를 마치며 '투수 출신' 권명철 코치 대신, '타자 출신' 강석천 코치를 수석코치로 부임하는 인사 이동을 감행했다. 그 덕분일까, 전반기 침체했던 두산의 타선은 후반기가 시작되자 마자 폭발하기 시작했다. 전반기 두산의 타율은 .269로 리그의 평균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후반기 두산의 타율은 무려 .303로, 작년 홀로 팀 타율이 3할을 넘겼던 그 위용을 뽐내기 시작했다. 반면 SK는 전반기 타율이 .269로 역시 리그 평균 수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후반기 타율이 .253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팀 ERA는 여전히 리그 1위를 지키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다른 이유를 꼽아보자면, 투수진과 타선의 맞물림이다. 야구는 어디까지나 상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면 이기는 스포츠다. 10점을 주더라도 11점을 내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SK의 전반기 득실점은 479득점, 372실점이다. 전반기 승률은 0.674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산의 득실점은 놀랍게도 SK와 크게 다르지 않다. 471득점에 377실점으로, 그래봤자 8점 정도의 오차이다. 하지만 승률은 0.588로 SK에 비해 많이 낮았다. 이를 해석하자면, SK는 타선의 폭발력과 투수진의 위력이 적절하게 맞물리면서, 타선이 쉬어갈 때 투수진이 막아주고, 반대로 투수진이 무너지면 타선이 폭발하는 식으로 경기를 근소한 점수 차로 이기는 경기가 많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두산은 투수진이 무너질 때 타선이 터지지 않는 경기가 많아 큰 점수차로 지는 경기가 종종 있었다. 반대로 투수가 잘 막아주는 동시에 타선이 폭발해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경기도 많아, 비슷한 득실점에도 승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후반기 두산은 19승 8패로 승률이 무려 0.704에 달한다. 반면 SK는 16승 14패로 승률이 0.533에 불과하다. 31일 경기에서 두산이 삼성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SK는 LG에게 패함에 따라 두 팀 간의 승차는 3.5까지 좁혀졌다. 불과 1주일 전 승차가 7.5였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이다. 하필 이번 일요일 SK 주장 이재원의 "1주일에 1패만 해도 초상집 분위기" 발언이 터지자 마자 이번 주 5경기에서 1승 4패를 거둔 SK는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두산이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두산의 잔여경기 20경기, SK의 잔여경기 18경기에서 후반기 승률을 유지할 경우 두산은 14승 6패, SK는 10승 8패를 거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두산의 최종 성적은 90승 54패, SK는 90승 53패 1무로, 두 팀의 승차는 단 0.5에 불과한다. 특히 SK와 두산의 남은 맞대결이 무려 3경기나 있는 만큼이나 1위 싸움의 변수는 크다. 후반기 막판 재점화된 1위 싸움에서 과연 어느 팀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