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은 우완 선발 이용찬(30)을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경기 후반 “가장 중요할 때 올리겠다”는 구상을 일찌감치 밝혀왔다. 최근 2년 연속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이용찬은 22일 개막한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으로 돌아가 키플레이어 역할을 맡게 됐다.

이용찬은 선발에서 불펜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경기 중간 몸 푸는 것도 그렇고, 오랜만에 불펜으로 나가려니 굉장히 어색하다”고 말했다.

2008년 데뷔 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고 있는 이용찬은 2009년 26세이브를 올려 구원왕을 차지한 이력이 있다. 2010년에도 구원 2위(25세이브)에 올랐다. 김태형 감독은 “선발 5명 중에서 용찬이가 제일 구원 경험이 많고 잘 던진다”며 이용찬에게 키움의 조상우와 같은 역할을 맡겼다.

이용찬은 “(조)상우는 구위가 워낙 좋다. 나는 구위보다는 제구력이나 변화구 구사로 상대 타자와 승부해야 할 것 같다”며 “위기 상황이 오지 않는 게 좋겠지만, 경기 상황에 맞춰 잘 막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찬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지난달 29일 잠실 LG전에서 투구 도중 팔꿈치 이상을 느껴 3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는 “그때 나도 놀라고 걱정을 많이 하느라 잠도 못 잤다”며 “다행히 검사 결과 큰 이상이 없었다. 그럴 수가 없는데, 병원에서 인대가 더 좋아졌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용찬은 정규시즌 마무리였던 팀 후배 이형범에게도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그는 “예를 들어 주자 만루에서 투수가 카운트가 불리해져 한가운데 직구를 던졌다가 맞으면 최대 4실점이지만 볼넷을 주면 1실점이다. 1점 주고 다음 타자를 막으면 팀 타선이 따라갈 수 있다”며 “불펜 투수들은 항상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져야 한다. 형범이에게도 그런 얘기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압도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하고 한국시리즈에선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이 많았다”며 “올해는 선수들이 좀 더 집중하며 연습하는 게 느껴진다. 좋은 결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