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1년을 기다렸다. 두산 박건우(29)가 마음속 짐을 덜어내려 한다.

박건우는 지난해 천국에서 지옥을 오갔다. 정규시즌 2위와 14.5경기 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달성했다. 타율 0.326, 12홈런 84타점으로 공헌도가 컸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선 웃을 수 없었다.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타율은 0.042(24타수 1안타)로 저조했고 삼진 9개, 병살타 2개가 뒤따랐다.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SK에 우승을 내줬다. 정규시즌 잘 쌓아 올린 금자탑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는 ‘나 때문에 졌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두산은 SK와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을 펼쳤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NC를 꺾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처럼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상대를 기다렸다. 이번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LG, SK를 꺾고 올라온 키움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산 선수들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다.

박건우의 각오는 더 남달랐다. 지난해의 부진을 반드시 털어내야 했다. 그는 정규시즌 중심타자 김재환(타율 0.283)과 최주환(0.277) 등이 주춤할 때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0.344)와 함께 타선을 이끌었다. 새 공인구의 영향과 손가락 물집, 허리 부상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타율 0.319, 10홈런 64타점을 만들었다.

안방인 잠실야구장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총 70경기에 나서 타율 0.342, 8홈런 49타점을 선보였다. 키움의 홈인 고척돔에서는 8경기를 소화해 타율 0.353, 1타점을 기록했다. 키움전 총 15경기에서는 타율 0.333, 1홈런 6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좋은 기억을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박건우는 정규시즌을 치르며 “팀 내 우익수 중 내가 비교적 경험이 많은 편이다. 감독, 코치님께서 믿고 기회를 주셨고 그래서 더 보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잘 해내야 한다. 어느 타순에 들어가든 잘하고 싶다”며 “두산에서, 잠실야구장에서 뛴다는 책임감을 갖고 더 잘하겠다”고 밝혔다. 올가을에는 환한 미소를 짓고 싶은 박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