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떨리냐구요? 집중력도 높아지고 재밌잖아요.’

‘4선승제’ 단기전 승부에 프로야구 한 해 농사의 최종 결과가 달려있는 한국시리즈. 제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도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는 떨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경기일수록 재밌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시리즈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선수가 있다. 두산 외야수 정수빈(29)이 주인공이다.

정수빈은 프로 입단 첫 해부터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서 결코 떨지 않는 강심장을 자랑했다. 만원관중이 들어간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오히려 놀라운 집중력으로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18경기에서 통산 타율은 0.317이나 된다. 2015년엔 0.571의 고타율에 1홈런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잠실구장에서 KS를 앞두고 만난 정수빈은 가을잔치 맹활약의 비결을 묻자 “재밌잖아요. 관중들도 많고…”라며 “단기전 승부는 내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더 집중해야 하고, 실제 집중력도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라고 가을잔치 맹타의 비결을 밝혔다. 그러고 보니 정수빈의 별명은 ‘잠실 아이돌’이다. 귀여운 외모로 두산 선수 중 가장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어서 붙여진 별명이지만 잠실 만원 관중 앞에서 유독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친 것이 아이돌 칭호가 붙여진 이유이기도 하다.

정수빈의 장기는 빠른 발을 이용한 기동력과 넓은 수비범위. 전형적인 교타자지만 KS에서는 홈런을 3개나 쳤다. 준PO를 포함하면 포스트시즌에 4개의 홈런을 쳤다. 정수빈의 프로통산 홈런은 19개로 전형적인 똑딱이 타자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서 4개나 쳤으니 말 그대로 가을엔 미친 선수가 된다.

정수빈은 “평생 친 홈런과 비교해 보니 비율상 가을에 많이 치긴 했네요”라고 웃으며 말하며 “홈런도 좋지만 제 역할은 어떻게든 살아나가서 공격의 물꼬를 터야죠”라고 말했다. 3주 휴식으로 인한 실전감각 부족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연습경기는 적은 것 같지만 훨씬 밀도있게 훈련한 것 같아요. 시즌 마지막에 우승을 확정지어 그 긴장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요”라며 쾌조의 컨디션을 알렸다.

정수빈은 올시즌 초반엔 톱타자로 맹위를 떨치다 투구에 맞아 갈비뼈 부상을 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너무 빠른 복귀탓인지 타격의 부침이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율 0.265에 75득점을 기록했다.도루로 26개로 변치 않는 기동력도 입증했다. 통합우승을 노리는 두산의 선봉에 정수빈이 있다.